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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원래 준비된 대통령이 아니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자수성가한 변호사일 뿐이었다. 정치적 경험으로는 2년간의 연방 하원의원이 전부였다. 당시 정적이었던 스티븐 더글러스와의 노예제 논쟁으로 전국적인 인물로 부각되기는 했으나 연방 상원선거에서 두 번이나 떨어졌고 부통령 선거도 실패했다. 영광보다는 좌절을 더 많이 겪은 정치 역정의 소유자였다. 그러나 그에게는 담대하고 냉혹한 권력 의지가 있었다. 야망의 샘이 끊임없이 솟았고 때로는 속물적인 정치 행태도 보였다. 수차례의 실패를 통해 용기와 결단력을 키웠다. 마침내 그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이 됐다. 쪼개진 연방을 재통합했고 노예제의 야만적 난제를 해결하는 등 세상을 혁명적으로 바꿨다. 에이브러햄 링컨 이야기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의 권력 의지도 링컨 못지않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중학교 때부터 책상 옆 벽면에 ‘미래의 대통령 김영삼’이라고 적어 놓고 권력의지를 불태웠다. 독자적으로 대통령이 되는 것에 한계를 절감한 뒤에는 ‘3당 합당’이라는 정치 공학적 사술(邪術)을 쓴 끝에 대통령이 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권력 의지의 화신으로 묘사된다. 청년 시절부터 정치에 뜻을 품고 선거에 나섰으나 총선에서 세 번이나 연속으로 실패했다. 와신상담 끝에 1961년 5월 가까스로 강원도 인제 보궐선거에 첫 당선됐으나 5.16 군사정변으로 의원선서도 하지 못했다. 그 후 꾸준히 박정희 전 대통령에 도전하면서 정치적 거물이 됐고, 정치적 야합이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DJP 연합’으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링컨을 비롯해 YS, DJ 등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남을 정복하고 동화하여 스스로 강해지려는 권력 의지를 포기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고건 전 총리는 2007년 여당의 강력한 대선 후보로 떠올랐으나 자신의 회고록에서도 밝혔듯이 권력에 대한 의지가 약해 선거에 나서보지도 못한 채 낙마했다. 지지율이 떨어지자 불출마를 선언해버린 것이다.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역시 2017년 조기 대선의 강력한 야당 대선 후보로 각광을 받았으나 자신에 대한 무차별적 검증 과정과 지지율 하락 등으로 중도 하차하고 말았다. 권력에 대한 의지 결핍에 의한 낙마였다.  입신양명 후 ‘꽃길’만 걸어온 두 사람 모두 ‘권력은 쟁취하는 것’이라는 권력의 속성을 깨닫지 못한 채 권력이 자신의 손에 쥐어지기만을 기다리는 우를 범한 것이다.  근래 황교안 전 총리가 다시 ‘보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모양이다.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에서 1위를 기록했으니 세간의 관심이 무심할 리 없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질 않고 있다. 지난 해 조기 대선과 올 지방선거 때도 그랬듯이 자신의 정치적 행보에 대해 계속 말을 아껴 그는 이런 상황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권력을 쟁취할 생각은 하지 않고 고 전 총리나 반 전 총장처럼 권력이 자기 손에 쥐여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듯 보인다는 말이다. 지난 대선에서 멍석을 깔아줬는데도 계산기만 두드리다 멍석을 접었고, 올 지방선거에서도 “역할을 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선대위원장은 물론이고 서울 시장 후보로도 나서지 않았다. 또 ‘간’만 보다 들어갔다는 비난이 뒤따랐다. 이런 그의 행태로 볼 때 그는 앞으로도 정치적 역할론이 제기될 때마다 저울추만 들여다보다 포기할 공산이 높다. 황 전 총리가 정녕 권력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다면 링컨과 YS, DJ처럼 실패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용기와 결단력을 키워야 한다. 용기가 없으면 제아무리 준비가 됐다 해도 특별한 의미가 없는 것이고 결단력이 없으면 경험이란 단순한 연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고재구의 세상보기 | 고재구 회장 | 2018-09-28 20:35

모처럼 온 집안이 모여 햅쌀밥과 백과를 차려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저녁에는 쟁반같이 둥근 보름달 아래 보름달 같은 둥근 마음으로 정담을 나누는 추석 명절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하라’는 말을 매년 보름달을 보면서 실감한다. 그러나 올해는 유난히도 ‘추석 같지 않은 추석’ 느낌이다. 추석 얘길 하는 사람들도 별로 없어 보이고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 이토록 실감나지 않은 경우가 없었지 싶다. 살기가 예전보다 좋아졌다는 사람을 좀처럼 볼 수가 없어 인심도 갈수록 험해지고 있다.정권 출범 초기 80%대까지 치솟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최근 조사에서는 30% 가까이나 떨어졌다. 여러 요인들이 있겠으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등을 돌린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우리나라 사업체 중 84%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이라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1992년 미국 대선 당시 조지 부시의 위세는 대단해서 재선은 떼 놓은 당상인 것처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도전자 빌 클린턴은 판세를 뒤집기 위해 ‘신의 한 수’ 같은 선거 슬로건을 만들어 냈다.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 인지도에서 부시에 한참 뒤처져 있던 클린턴은 부시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로 인한 불경기의 장기화를 이 슬로건으로 집중 공략해 마침내 대선에서 승리를 따냈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도 ‘미국 우선’이라는 경제 슬로건을 내건 도널드 트럼프가 예상을 뒤엎고 힐러리 클린턴을 꺾어 대통령에 당선됐다. 2007년 우리나라 대선에서 “경제를 살리겠다”고 외친 후보자에게 유권자들이 표를 몰아줬던 것과 같다. 올 추석이 추석 같지 않다는 이유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뿐 아니라 규모가 좀 크다고 하는 기업들의 자금 사정 또한 나아진 게 없다. 길어지는 경기 불황과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추석 상여금은 엄두도 못 내고 임금조차 밀린 업체가 적지 않다고 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에 따르면 9월 전망치가 92.2로 지난 10년간 추석 있는 달의 경기 전망치 중 가장 낮아 추석 특수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정부가 치솟는 청년 실업률을 잡기 위한 방편으로 공무원 채용을 확대했으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족(族)’을 늘게 해 오히려 청년 실업률을 더 높이는 아이러니를 빚고 있기도 하다. 마구 늘린 공무원 탓에 출근도 않고 월급을 타는 ‘유령 공무원’이 21만 명인 아르헨티나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하는데도 정부는 공무원을 늘리는 정책을 밀어붙여 청년실업을 해소하겠다고 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또 매일같이 쏟아지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오락가락 번복되는 사례가 많아 국민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지방 집값만 잡는 정책으로 양극화만 더 키웠다는 통계도 있다. 개발을 앞세워 돈을 돌게 하는 방법론과 소득을 늘려서 돈을 돌게 한다는 정부의 방법론으로 소모적 논쟁을 벌여야 하는 국민들에게 이번 추석은 한가위 추석(秋夕)이 아니라 ‘근심하는 가을(秋 ? )’이 되지나 않을까 마음이 무겁다. 

고재구의 세상보기 | 고재구 회장 | 2018-09-18 10:35

모처럼 온 집안이 모여 햅쌀밥과 백과를 차려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저녁에는 쟁반같이 둥근 보름달 아래 보름달 같은 둥근 마음으로 정담을 나누는 추석 명절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하라’는 말을 매년 보름달을 보면서 실감한다. 그러나 올해는 유난히도 ‘추석 같지 않은 추석’ 느낌이다. 추석 얘길 하는 사람들도 별로 없어 보이고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 이토록 실감나지 않은 경우가 없었지 싶다. 살기가 예전보다 좋아졌다는 사람을 좀처럼 볼 수가 없어 인심도 갈수록 험해지고 있다.정권 출범 초기 80%대까지 치솟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최근 조사에서는 30% 가까이나 떨어졌다. 여러 요인들이 있겠으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등을 돌린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우리나라 사업체 중 84%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이라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1992년 미국 대선 당시 조지 부시의 위세는 대단해서 재선은 떼 놓은 당상인 것처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도전자 빌 클린턴은 판세를 뒤집기 위해 ‘신의 한 수’ 같은 선거 슬로건을 만들어 냈다.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 인지도에서 부시에 한참 뒤처져 있던 클린턴은 부시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로 인한 불경기의 장기화를 이 슬로건으로 집중 공략해 마침내 대선에서 승리를 따냈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도 ‘미국 우선’이라는 경제 슬로건을 내건 도널드 트럼프가 예상을 뒤엎고 힐러리 클린턴을 꺾어 대통령에 당선됐다. 2007년 우리나라 대선에서 “경제를 살리겠다”고 외친 후보자에게 유권자들이 표를 몰아줬던 것과 같다. 올 추석이 추석 같지 않다는 이유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뿐 아니라 규모가 좀 크다고 하는 기업들의 자금 사정 또한 나아진 게 없다. 길어지는 경기 불황과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추석 상여금은 엄두도 못 내고 임금조차 밀린 업체가 적지 않다고 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에 따르면 9월 전망치가 92.2로 지난 10년간 추석 있는 달의 경기 전망치 중 가장 낮아 추석 특수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정부가 치솟는 청년 실업률을 잡기 위한 방편으로 공무원 채용을 확대했으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족(族)’을 늘게 해 오히려 청년 실업률을 더 높이는 아이러니를 빚고 있기도 하다. 마구 늘린 공무원 탓에 출근도 않고 월급을 타는 ‘유령 공무원’이 21만 명인 아르헨티나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하는데도 정부는 공무원을 늘리는 정책을 밀어붙여 청년실업을 해소하겠다고 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또 매일같이 쏟아지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오락가락 번복되는 사례가 많아 국민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지방 집값만 잡는 정책으로 양극화만 더 키웠다는 통계도 있다. 개발을 앞세워 돈을 돌게 하는 방법론과 소득을 늘려서 돈을 돌게 한다는 정부의 방법론으로 소모적 논쟁을 벌여야 하는 국민들에게 이번 추석은 한가위 추석(秋夕)이 아니라 ‘근심하는 가을(秋 ? )’이 되지나 않을까 마음이 무겁다. 

고재구의 세상보기 | 고재구 회장 | 2018-09-14 22:40

우리 대법원의 대법정 입구에는 ‘정의의 여신상’이 있다. 오른손에 들고 있는 저울은 공명정대함을, 왼손에 들고 있는 법전은 엄격한 법 집행을 상징한다. 언필칭 판사를 국민을 보호할 ‘최후의 보루’라고 표현했다. 그래서 판사는 힘없는 국민들에게 한없는 선망과 존경의 대상이 되어 왔다.그랬던 판사들이 최근 들어 그 위상이 땅에 떨어져 판사가 아닌 ‘판새(판사새X)’라는 비속어로 비아냥댐을 들어야 하는 지경까지 돼 버렸다. 이 같은 비아냥거림은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45)가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해 특검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뒤 절정에 달했다. 그를 비판하는 국민들은 박 판사가 올 3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바로 발부한 사실을 들이댔다. ‘이중잣대’가 아니냐는 것이다. 박 판사는 김경수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사유로 공모 범행 가담 정도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증거인멸 가능성이 부족한 점, 피의자의 주거, 직업 등을 종합하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들었다. 그러자 국민들은 박 판사가 이 전 대통령 구속영장 심사 때는 검찰이 적용한 혐의와 관련해 다툼의 여지가 없고,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어 영장을 발부했느냐는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살아있는 권력은 무죄(生權無罪), 죽은 권력은 유죄(死權有罪)’라는 주장이다. 또한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는 하루아침에 영웅으로 떠받들어지고,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에게 집행유예 선고를 내린 판사는 ‘국민적 공분’의 대상으로 낙인찍히고, 비서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자 여성단체들의 거센 반발이 확산되는 사태를 개탄하는 소리가 높다.  판사들 입에서 “판사 노릇하기 정말 힘들다”라는 탄식이 나올만하다.그러나 그 같은 푸념을 하기 전에 판사들은 먼저 자신들을 되돌아봐야 한다. 목적에 맞춰 법의 의미를 축소 또는 과장한 일은 없었는지, 궤변으로 법을 왜곡하지는 않았는지, 동일한 사안에 ‘이중잣대’를 들이대지는 않았는지를 말이다. 이런 것들에서 자유로운 판사에게 ‘판새’라며 비아냥댈 국민은 없을 것이다. 한때 ‘튀는 판결’로 세간의 화제가 된 판사가 있었다. 그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성매매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또 예비군 훈련에 불참해 벌금 100만 원을 구형받은 피고인에게는 오히려 4개월의 징역형을 내리고, 억대 내기골프를 한 기업인들에게 도박 무죄 선고를 내렸다.그런 판결을 한 이유에 대해 “내 판결이 튀었다면 항소심에서 많이 뒤집혔을 텐데 상급심에서 변경된 것은 10% 안쪽이다. 판사가 연구와 고민을 거듭하다 내린 결론에 대해 튀는 게 두려워서 소신을 접어버리는 것이 옳다고 보느냐”고 당당하게 말했다. ‘국민정서는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법리만 따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는 “사법부는 법을 적용하는 곳이다. 다수결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법이 정서에 어긋난다면 법을 고쳐야 옳다”고 말했다.다른 나라 ‘정의의 여신상’에는 두건으로 두 눈이 가려져 있다. 학연, 지연, 혈연 등 그 어떤 유혹에도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의의 여신상’은 두 눈을 뜨고 있는 것이 눈을 부릅뜨고 정확히 판결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고재구의 세상보기 | 고재구 회장 | 2018-09-07 20:01

어떤 사업가가 A라는 회사의 판매 전략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 회사를 아예 통째로 인수했다고 상정하자. 사업가는 자신이 생각한 대로 하면 물건이 훨씬 잘 팔릴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그렇게 A회사 사장이 된 그는 참모 두 명을 발탁해 자신의 판매 전략을 앞에서 진두지휘토록 했다. 그런데 1년이 넘도록 판매 실적이 오르기는커녕 오히려 적자만 늘고 있었다. 사장은 위기 타개를 위해 긴급회의를 해보았으나 a참모는 지금의 판매 전략을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b참모는 판매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두 참모의 말 모두 일리가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사장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겠지만 답은 간단하다. 두 참모 중 하나를 버리든가 둘 다 버리지 않으면 이 회사는 답보를 면할 수 없다. 기존 시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낭패를 보는 회사들도 많다. 세계적인 필름 제조회사인 코닥은 선택의 기로에서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는 바람에 쇠퇴의 길을 걸은 대표적 기업이다. 1975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하는 데 성공한 코닥은 그러면서도 기존 필름시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당시 코닥 경영진은 디지털 카메라라는 신기술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기술 도입으로 인해 포기해야 할 필름시장에서의 기회비용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는 스마트폰 출현을 일찍부터 예언했으면서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 역시 MS 내부 핵심 인력과 기술진을 모바일 쪽으로 옮겼을 때 발생할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한 회사의 최고경영자는 이처럼 매 순간 회사의 운명을 좌우할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회사를 위해 자신의 참모를 버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국가 경영도 다를 게 하나 없다. 한 국가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국민들의 운명이 달려 있다. 그렇기에 대통령은 그 누구보다 신중하게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팀 내 갈등이 정말 심각하다. 최악의 고용 참사 원인을 두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견해 차이가 ‘상호보완’이 아닌 ‘대립’ 양상으로까지 치달아 보여 국민이 불안해 하고 있다. 이들 간 의견 대립의 핵심은 최저임금 등 소득주도성장이다. 김 부총리는 소득주도성장을 고용 악화의 원인으로 보고 있는 데 반해 장 실장은 이 같은 시각을 경계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발 정부를 믿어 달라”고 읍소까지 할 정도다. 문 대통령은 결국 장 정책실장 손을 들어줬다. 국민경제를 살리기 위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핵심경제공약을 수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립한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정부경제팀 내 정책 갈등이 상호 양보에 의한 조정이나 절충 가능성이 없는 문제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핵심경제공약과 같은 정책에 대해 첨예한 의견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는 두 사람과 계속 함께한다는 것은 국민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때 남미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로 꼽혔던 석유매장량 세계최상위권 국가인 베네수엘라 경제가 최악의 상태로 거덜 나게 된 이유를 잊어서는 안 된다. 베네수엘라의 침몰을 이끈 우고 차베즈 대통령은 국민지지율 90%대를 기록했던 인물이다.

고재구의 세상보기 | 고재구 회장 | 2018-08-31 20:33

1997년 대선에서 일격을 당해 정권을 진보 진영에 내준 보수 정당 신한국당은 비록 패배는 했으나 김대중 정부를 5년 내내 강력하게 견제할 수 있었다. 그건 이회창이라는 유력 주자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5년 뒤인 2002년 대선에서도 진보 진영에 패한 보수 정당 한나라당에는 박근혜라는 인물이 있어 노무현 정부를 강력히 견제할 수 있었다. 이들의 당 지지율 제고를 위한 구심적 역할 덕에 신한국당과 한나라당은 보수 유권자들을 결집시켜 2007년(한나라당)과 2012년(새누리당) 거푸 대선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2012 대선 이후 새누리당은 더 이상 박근혜 전 대통령을 대신할 만한 인물을 갖지 못했다. 차세대 기수를 키우지 않은 탓도 물론 있겠으나 근본적으로는 보수 인사들이 수구(守舊)가 아닌 보수의 가치를 고수하면서 시대정신에 부응하는 실력을 쌓지 않은 것이 인물난의 배경이라 할 것이다. 결국 한국당은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정국에서 이렇다 하는 대안 없이 진보 진영에 정권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그 후에라도 궤멸되다시피 한 보수를 재건할 만한 인물을 선보였어야 했는데 ‘올드보이’들에게만 의지하다 지방선거에서마저 참패당했다. 한국당의 헛다리짚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등 돌린 보수 유권자들의 마음을 어떻게든 돌려보기 위해 영입한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기껏 한다는 게 보수의 가치에 진보의 색깔을 덮어씌우려는 행태만 보이고 있다. ‘혹시나’ 했던 보수층이 이런 한국당에 마음을 열어 줄 턱이 없다.      이는 최근에 나타난 여론조사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지지율은 일을 잘해서 오르기보다 상대방이 헛발질을 해서 얻는 ‘반사이익’이 오히려 더 큰 요소로 작용하는 터다. 2007년 대선과 2017년 조기 대선이 또한 그런 결과였다. 한국당도 지난 두 달간 부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 논란이 일었고, 실업률 상승 등 경제 전반에 빨간불이 켜졌다. 북한 비핵화 협상이 답보상태에 빠지면서 ‘북풍 효과’도 소진됐다. 여기에 북한산 석탄 밀반입 파동까지 터지면서 정부와 여당에 대한 여론은 악화됐다. 마침내 견고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과 집권 여당 민주당의 지지율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국당의 지지율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반사이익’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회심의 카드’로 들고 나온 ‘국가주의’ 논란이 현실과 동떨어진 고담준론(高談峻論) 수준에 머무른 데다 소속 당 의원들은 여전히 자기반성은 하지 않고 기득권 유지에만 혈안이 된 행태를 지지율 정체의 배경으로 꼽고 있다. 틀린 말이 아닐 것이나 지지율이든, 정치적 수사든 간에 유권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게 하는 결정적 요소는 인물이다. 누가 ‘국가주의’를 비판하고, 누가 국민 피부에 와 닿는 실제적인 개혁을 하고, 누가 인적 쇄신의 기치를 높이 드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자칭 ‘보수정당의 보루’라고 하는 한국당은 주객이 전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진보 진영 인사가 “보수여 나를 따르라”고 하는 코미디가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정체성마저 헷갈리게 하는 정당을 국민들이 지지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논리다.  지금 한국당은 겉으로는 고요한 듯 보이지만 언제 어떻게 분열될지 모른다. 명분만 있으면 탈당하겠다는 의원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당원들의 수가 급감해 곳간이 비고 있는 한국당 사정은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 되고 있다. 그런 정도면 차라리 정체성이 확실한 보수 세력이 규합해 새로운 정당으로 차기 총선을 대비하는 게 나을 듯하다.

고재구의 세상보기 | 고재구 회장 | 2018-08-24 18:49

임명 초기부터 자질 논란을 비롯해 숱한 문제를 야기해 온 송영무 국방장관이 결국 굴욕을 당했다. ‘계엄 문건’과 관련해 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부하로부터 하극상을 당하는 대한민국 군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민병삼 기무사 대령이 사석에서 내뱉은 송 장관의 말을 폭로해버렸다. 부하가 상관을 만천하에 ‘고발’한 셈이다.하극상이, 그것도 철저하게 상명하복에 따라 움직이는 군에서 공개적으로 일어났다면 잘잘못을 떠나 군 조직의 기강 문제로 봐야 하고 그 책임은 마땅히 국방장관이 져야 할 몫이다.그런데 송 장관은 자책하기는커녕 되레 자신을 ‘고발’한 부하에 ‘거짓말’이라고 맞대응하는 어이없는 장면을 연출하고 장관직에 연연하는 모습이 측은지심을 살 정도다. 뼈대 있는 무장(武將)이라면 지휘봉을 놓아야 할 치욕을 난전(亂廛)의 그것쯤으로 여기는 모양이다. 예로부터 장수(將帥)는 실력(智), 소신(信), 인격(仁), 용기(勇), 엄격함(嚴)이라는 덕목을 갖춰야 했다.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나야 할뿐더러 변하지 않는 소신이 있어야 하고, 부하들을 아끼며 배려하고, 조직의 에너지인 기를 강하게 하고, 공과 사를 구분하는 자질을 말함이다.그런데 불행하게도 송 장관은 그 어느 덕목 하나 제대로 갖춘 무장 출신 장관이 아닌 것 같다는 게 중론이다.‘계엄 문건’을 처음 접했을 때만 해도 송 장관은 “위수령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최악의 사태를 대비한 계획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소신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송 장관은 그러한 소신을 끝까지 고수하지 않고 자신에게 불똥이 튈 것이 두려워 오락가락 말을 바꾸었다. 그 결과, 그는 거짓말 공방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되고 말았다.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사실 송 장관은 그동안 소신 없는 발언으로 자주 구설수에 올랐다. 이랬다저랬다 하는 안보관과 국방관은 국민들을 헷갈리게 만들었다. 오죽했으면 “당장 경질하라”는 국민청원이 청와대 게시판에 수시로 올라왔겠는가. 소신이 없으니 위기관리 능력이 있을 리 만무하다.송 장관에 대한 부하들의 하극상 역시 그의 위기관리 능력 부족에서 기인한 것이다. ‘계엄 문건’ 논란이라는 위기가 닥쳤을 때 정확한 상황 판단과 소신 있는 태도를 끝까지 견지했다면 기무사 부하들이 감히 하극상을 일으킬 생각을 했겠는가 말이다.문제는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하극상 자체만으로도 부끄러워 해야 할 송 장관은 오히려 하극상을 일으킨 부하들을 탓하며 ‘거짓말’ 논란을 일으키는 용렬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송 장관은 공복으로서의 책임감도 없어 보인다. 저간의 사정이야 어찌 됐건 ‘계엄문건’ 논란이 하극상이라는 사태까지 낳게 했다면 국방의 수장으로 응당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그러나 그는 여전히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다. 책임지겠다는 말조차 하지 않고 오히려 자리를 연명하기 위해 교묘하게 언론플레이를 하는 작태를 보여 어안이 벙벙한 지경이다.하극상을 당한 장관이 계속 앉아 있으면 장관의 영이 서질 않고 군기는 해이해지기 마련이다. 명예를 생명처럼 여겨야 할 군으로서 있을 수 없는 치욕을 당한 만큼 군의 기강을 바로 잡기 위해서라도 송 장관은 자신의 거취에 결단을 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 군이 산다.국민들은 입만 열면 구설에 오르는 송 장관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지 난감해 한다. 5명의 장병이 숨진 ‘마린온 참사’와 관련한 유족들의 분노에 “의전 문제가 흡족하지 못해 짜증이 나신 게 아닌지 생각한다”고 말했다가 논란이 일자 황급히 사과하고, 일일이 거론조차 하기 민망한 여성비하 발언을 일삼는 그를 어찌 해야 할지 답답한 노릇이다.

고재구의 세상보기 | 고재구 회장 | 2018-08-18 10:46

임명 초기부터 자질 논란을 비롯해 숱한 문제를 야기해 온 송영무 국방장관이 결국 굴욕을 당했다. ‘계엄 문건’과 관련해 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부하로부터 하극상을 당하는 대한민국 군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민병삼 기무사 대령이 사석에서 내뱉은 송 장관의 말을 폭로해버렸다. 부하가 상관을 만천하에 ‘고발’한 셈이다. 하극상이, 그것도 철저하게 상명하복에 따라 움직이는 군에서 공개적으로 일어났다면 잘잘못을 떠나 군 조직의 기강 문제로 봐야 하고 그 책임은 마땅히 국방장관이 져야 할 몫이다.그런데 송 장관은 자책하기는커녕 되레 자신을 ‘고발’한 부하에 ‘거짓말’이라고 맞대응하는 어이없는 장면을 연출하고 장관직에 연연하는 모습이 측은지심을 살 정도다. 뼈대 있는 무장(武將)이라면 지휘봉을 놓아야 할 치욕을 난전(亂廛)의 그것쯤으로 여기는 모양이다.  예로부터 장수(將帥)는 실력(智), 소신(信), 인격(仁), 용기(勇), 엄격함(嚴)이라는 덕목을 갖춰야 했다.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나야 할뿐더러 변하지 않는 소신이 있어야 하고, 부하들을 아끼며 배려하고, 조직의 에너지인 기를 강하게 하고, 공과 사를 구분하는 자질을 말함이다.그런데 불행하게도 송 장관은 그 어느 덕목 하나 제대로 갖춘 무장 출신 장관이 아닌 것 같다는 게 중론이다. ‘계엄 문건’을 처음 접했을 때만 해도 송 장관은 “위수령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최악의 사태를 대비한 계획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소신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송 장관은 그러한 소신을 끝까지 고수하지 않고 자신에게 불똥이 튈 것이 두려워 오락가락 말을 바꾸었다. 그 결과, 그는 거짓말 공방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되고 말았다.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사실 송 장관은 그동안 소신 없는 발언으로 자주 구설수에 올랐다. 이랬다저랬다 하는 안보관과 국방관은 국민들을 헷갈리게 만들었다. 오죽했으면 “당장 경질하라”는 국민청원이 청와대 게시판에 수시로 올라왔겠는가. 소신이 없으니 위기관리 능력이 있을 리 만무하다. 송 장관에 대한 부하들의 하극상 역시 그의 위기관리 능력 부족에서 기인한 것이다. ‘계엄 문건’ 논란이라는 위기가 닥쳤을 때 정확한 상황 판단과 소신 있는 태도를 끝까지 견지했다면 기무사 부하들이 감히 하극상을 일으킬 생각을 했겠는가 말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하극상 자체만으로도 부끄러워 해야 할 송 장관은 오히려 하극상을 일으킨 부하들을 탓하며 ‘거짓말’ 논란을 일으키는 용렬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 송 장관은 공복으로서의 책임감도 없어 보인다. 저간의 사정이야 어찌 됐건 ‘계엄문건’ 논란이 하극상이라는 사태까지 낳게 했다면 국방의 수장으로 응당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그러나 그는 여전히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다. 책임지겠다는 말조차 하지 않고 오히려 자리를 연명하기 위해 교묘하게 언론플레이를 하는 작태를 보여 어안이 벙벙한 지경이다. 하극상을 당한 장관이 계속 앉아 있으면 장관의 영이 서질 않고 군기는 해이해지기 마련이다. 명예를 생명처럼 여겨야 할 군으로서 있을 수 없는 치욕을 당한 만큼 군의 기강을 바로 잡기 위해서라도 송 장관은 자신의 거취에 결단을 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 군이 산다. 국민들은 입만 열면 구설에 오르는 송 장관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지 난감해 한다. 5명의 장병이 숨진 ‘마린온 참사’와 관련한 유족들의 분노에 “의전 문제가 흡족하지 못해 짜증이 나신 게 아닌지 생각한다”고 말했다가 논란이 일자 황급히 사과하고, 일일이 거론조차 하기 민망한 여성비하 발언을 일삼는 그를 어찌 해야 할지 답답한 노릇이다. 

고재구의 세상보기 | 고재구 회장 | 2018-08-18 09:32

코 고는 사람에게 “코 골지 말라”고 해보라. 대개는 “내가 언제 코 골았냐”고 우길 것이다. 술 취한 사람에게 “당신 술 취했어”라고 해보라. 십중팔구는 “나, 술 안 취했다”라고 우길 것이다. 또는 미친 사람이 “나 미쳤다”라고 할 사람이 없다.그렇지만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나무라지 않는다. 자신이 코를 고는지, 술에 취했는지, 미쳤는지 정말로 본인이 모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자신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결코 코를 골지 않는다거나, 절대 술 안 취했다거나, 절대 정신 멀쩡하다고 우기는 사람들에게는 그리 관대하지가 않다. 그 우김이 가소로워서다. 정치인을 비롯한 사회 지도층에게는 더욱 그렇다. 거짓말이 자칫 국가적 신뢰와 사회 질서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거짓말 하나로 그동안 쌓아온 권력과 명예를 하루아침에 잃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정치인과 공직자들을 우리는 수없이 보아 왔다.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채 사임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미국 국민들은 닉슨 캠프의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 내 ‘도청’보다 그것을 은닉하기 위해 닉슨이 거짓말을 계속 한 사실에 더 분노했다. 우리나라 정치인과 공직자들도 이러한 거짓말 버티기 사례가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이명박 전 대통령도 거짓말로 인해 지금 영어의 신세가 되어 있다. 이들은 자신에게 불리한 일이 터질 경우 나중에 어떻게 되더라도 일단 무조건 부정부터 하고 본다. 이런 거짓말은 너무 당황해서 판단력이 흐려진 착각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찔리는 구석을 아예 처음부터 부정하고 덮어버리기 위해 짜 낸 거짓말이란 점에서 죄악시 된다. 대표적인 진보인사로 꼽히던 정의당의 노회찬 의원이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에 연루돼 특검 소환을 앞두고 고민한 끝에 결행한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주위에서는 그가 ‘클린 정치인’이라는 명성에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는 게 견딜 수 없는 심적 부담감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노회찬 의원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등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처음부터 완강히 부인해오다가 유서에서 돈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유서에서 밝혔듯이 진작 돈을 받은 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다며 사과하고 깨끗이 죗값을 치렀으면 그를 아끼는 국민들은 비록 실망스러웠겠지만 용서를 했을 것이다. 노회찬 의원의 선택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했으나 자신의 행위에 극단으로 책임을 지는 모습에 국민들이 진심으로 애통해 마지않았다. 문제는 그보다 훨씬 무겁고 큰 혐의를 받는 사회 지도층 인사들은 양심에 털이라도 난 듯 아무렇지도 않게 활개를 치고 다니고 있는 현실이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중견 정치인들이 인사 청탁 의혹 등의 논란을 빚고 있는 소식에는 그저 아연해질 따름이다. 겉으로는 학연·지연을 뿌리 뽑아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외쳤던 사람들이 뒤에서는 추잡한 청탁이나 하고 있었으니 어느 국민이 이들을 바로 보겠는가 말이다. 물론 그들은 사실 모두를 부인하고 있지만, 많은 국민들은 이 역시 확고한 물증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밥 먹기보다 쉽게 내뱉는 정치판의 거짓말로 보는 것이다.

고재구의 세상보기 | 고재구 회장 | 2018-08-10 19:13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의 취임 일성은 “노무현 정신은 여기도 대한민국, 저기도 대한민국”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비대위 인사를 반(反)보수적으로 했다가 망신살이 뻗쳤다. 당 최고위원급인 비대위원 자리에 앉힌 사람이 전과 2범으로 지난 6.13 지방선거 도의원 민주당 공천을 신청했다가 컷오프 당한 전력에다 바로 직전까지 민주당원이었음이 드러나서였다. 논란이 일자 문제의 비대위원은 사퇴했지만 영 뒷맛이 개운치 못하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인사 행태는 만신창이가 된 한국당이 부활을 위해 멍석을 깔아주니 아예 대놓고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속셈이 아닌가 하는 지경이다. 하긴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서있는 당을 다시 살려내 주기만 한다면 한편으론 이념적 허울 따위는 따질 일 없어 보일만도 할 것이나, 다만 답답한 것은 그래도 보수의 가치를 끝까지 지키려는 인사들이 당내에 몇 명쯤은 있을 법 한데도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사실이다.고려 말 보수적 개혁가 정몽주는 급진적 개혁가였던 정도전과 군부 실력자 이성계 등이 모의한 역성혁명에 끝내 동참하지 않았다. 대신 쇄신 정책으로 다 쓰러져가는 나라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다. ‘이런들 어떠리, 저런들 어떠하리’ 운운하는 하여가(何如歌)로 동참을 유혹하는 이성계의 아들 이방원을 향해 그는 이념적 가치가 뒤죽박죽되어 살 수는 없다며 단심가(丹心歌)를 외쳤다. 비록 정몽주는 반역 세력에 의해 처참하게 죽임을 당했으나 60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는 만고의 충신으로 추앙받고 있다.지금 한국당은 정몽주와 같이 급진적 세력에 대항해 정치생명을 걸고 맞서며 ‘단심가’를 부를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여기도 대한민국, 저기도 대한민국’이라고 ‘하여가’를 부르는 인사가 필요한 게 아니다. 김병준 위원장은 겉으로는 계파논쟁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속으로는 특정 계파를 없애려는 작업을 하고 있다. 특정 계파 반대편에 있는 인사들을 전면 배치하여 특정 계파를 배제하는 것 자체가 계파 논쟁에 불을 지피는 행위다. 김 위원장이 영입되기 전에도 한국당은 특정 계파 축출 문제로 내홍을 겪었다. 홍준표·김성태 체제에서의 인위적 인적 청산 작업이 절정에 달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던 바다. 그들 체제에서의 도모가 실패하고 밖으로 눈을 돌려 영입해 온 인물이 지금 김 위원장이다. ‘홍준표 따라하기’ ‘차도살인(借刀殺人)’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그의 “박정희 식 국가 개입에 동의하는 사람은 같이갈 수 없다”는 말이 누구를 겨냥한 것인지는 더 설명이 필요치 않다. 그는 또 ‘신보수 가치’라는 깃발을 들었다. 말은 그럴 듯한데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면 ‘하여가’에 다름 아니다. “안보 제일주의로는 미래세대를 이끌 수 없다”는 그의 주장은 위험하기까지 하다. 그는 지금 적대국이 없는 ‘통일한국’에서 살고 있는 사람 같아 보인다. 혹 북한의 핵이 우리의 핵이 될 수 있다는 초등학생 수준의 안보의식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구심마저 생긴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분단국가에서 안보 없이 어떻게 미래가 보장된다는 것인가 말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당 내에서는 누구 하나 속 시원히 목소리를 내는 인사가 없는 작금의 자유한국당 현실이다.

고재구의 세상보기 | 고재구 회장 | 2018-08-03 19:32

우리나라에 ‘3대 거짓말’이라는 게 있었다. 처녀의 “시집 안갈 거야”, 장사꾼의 “밑지고 판다”, 노인의 “빨리 죽어야지”가 그것이다.처녀의 거짓말은 반어적 표현이었고, 장사꾼의 거짓말은 상술이었고, 노인의 거짓말은 관심의 표현이었다. 그저 웃자고 하는 농담이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이 농담이 진담이 되어버렸다. 지옥과도 같은 무한경쟁의 시대에서 경쟁 밖으로 밀려난 청년, 자영업자, 노인의 입에서 더 이상 저런 농담이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다. 요즘 결혼을 안 하는 청년이 눈에 띄는 비율로 늘어나고 있다.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한다는 말이 더 정확해 보인다. 3포, 5포, 7포를 넘어 N포세대가 된 흙수저들은 나날이 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청년 실업률에 한숨 짓고, 비싼 집값에 절망하고, 턱없는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어 결혼은 아예 엄두도 못 낼 형편이다. 결혼은 이제 부모 잘 만난 금수저들한테나 어울리는 단어가 돼버린 듯하다. 많은 처녀들이 진심으로 시집을 안 가겠다는 세상이 돼버린 것이다. 자영업자들의 비명소리는 처참할 정도다. 안정적 노후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영세자영업으로 밀려난 이들은 무한정 늘어나는 공급 때문에 치열한 가격 경쟁까지 해야 하는 처지에 몰리자 정말 물건을 밑지고 팔아야하는 지경까지 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들은 자금 운용을 위해 때로 물건을 좀 밑지고 팔아도 ‘인건비 따먹기’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갈 수는 있었다. 그런 것이 갑작스런 최저임금 실시로 그나마 ‘인건비 따먹기’도 할 수 없게 됐다. “빨리 죽어야지”라는 노인의 거짓말이 진실이 된 건 벌써 10년이 넘었다. 우리나라 노인자살률은 10만 명당 55.5명으로 OECD 회원국 중 최악이다. 자살 이유는 거의 50%에 달하는 노인 빈곤율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역시 OECD 회원 국가들 중 1위다. 2위인 아이슬란드에 비해 두 배 이상 높다. OECD 국가들의 평균이 11.4%라는 사실에서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참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일을 하고 싶어 해도 일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고 국가에서 주는 보조금으로 노후를 지내기에는 형편없이 부족한 터다. 고령화가 급속히 빨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세계에서 경제 성장을 가장 빨리 이룬 우리나라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어쩌다 처녀의 “시집 안 가겠다”는 거짓말, 장사꾼의 “밑지고 판다”는 거짓말, 노인들의 “빨리 죽어야지”라는 거짓말이 진실이 되는 세상이 됐을까.근본적인 해결책은 정치에서 찾아야 한다. 제아무리 경제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정책을 마련한다 해도 정치권이 분열하고 협조를 하지 않으면 선제적 대응을 효과적으로 할 수 없음이 상식이다. 솔직히 우리 정치사를 돌이켜보면(지금도 그렇다), 정치권은 허구한 날 다음 총선이나 대선에 따른 정치적 이해에 따라 정치적으로 대립하고 정권에 따른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위기를 증폭시켜 온 게 사실이다. 보수정권이든 진보정권이든 늘 야당은 정부의 경제 정책에 협조하지 않고 발목 잡기에 혈안이 돼 위기 대응 능력을 떨어뜨렸다. 경제가 정치의 핵심인 것은 사실이나, 위기 시에는 결국 정치가 경제의 핵심인 게다.지금은 엄중한 위기다. 국회가 그동안 어떻게 무위도식하고 있었는지를 반성해야 한다. 그래야 웃자고 한 세상 3대 거짓말이 진실이 되는 이 기막힌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릴 동력이 작동하게 된다. 

고재구의 세상보기 | 고재구 회장 | 2018-07-27 19:23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은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바상대책위원이었던 김종인 씨를 전격 비상대책위 대표로 영입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당시 민주당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비롯해 호남 중진급 의원들이 줄줄이 탈당하는 등 당 안팎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대로 가면 총선에서의 필패는 불 보듯해져 뭔가 혁명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결국 김 씨의 영입 작전이 대성공을 거둬 민주당은 총선에서 여당인 새누리당(현 한국당)을 밀어내고 원내 제1당이 되는 기쁨을 누렸다. 물론 새누리당의 자중지란이 큰 몫을 한 터이긴 했으나 김 씨의 전격 영입이 국면을 반전시킨 것만은 움직일 수없는 사실이었다. 세간에서는 그 같은 민주당의 ‘파격’을 ‘신의 한 수’였다고 평가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었다. 진보 진영의 전략이라는 게 원래 그렇다. 옳고 그름을 떠나 그들은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가히 혁명적인 변화를 선전한다. 포퓰리즘이 그들의 ‘전가의 보도’로 작동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인 게다. 그들은 유권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면서 극적 변화로 국면을 반전시키는 데 일가견이 있다. 정체성이 다른 인사들을 영입하는 ‘파격’을 절묘한 시점에 사용하면서 목표를 위해서는 “악마의 손을 잡을 수 있다”고 서슴없이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진보 진영의 전략들을 한국당도 따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실제로 정책도 좌클릭하고, 인적 쇄신을 위해 진보 성향의 인사들을 영입하는 ‘파격’을 실행하고 나섰다.이는 보수의 정체성을 포기하겠다는 말이나 다를 게 없어 보이고 진보 진영이 파놓은 프레임에 스스로 들어가겠다는 말이 아닌가. 비상대책위원장 선임 과정에 한국당은 놀랍게도 ‘노무현의 남자’로 천하가 다 아는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를 영입했다. 진보 진영의 ‘파격’을 따라한 셈인데 태산명동에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 꼴이 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정당이란 정치적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 정권 획득을 목표로 하는 결사체다. 정치적 뜻을 같이하려면 정체성이 같아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정체성이 다른 인사들이 모여 있을 경우 그 당은 분열하거나 역사의 뒤안길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한국당이 총선을 비롯해 조기대선, 지방선거 등에서 거푸 참패한 이유 역시 보수의 가치가 무언지도 모르는 인사들이 같이 섞여있었던 탓이 가장 컸다.보수의 가치는 획일성과 평등주의를 배격하고 다양성을 품는 것이라고 했다. 보수는 또 문명화된 사회는 ‘계급 없는 사회’가 아니라 질서와 위계가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경제적 평준화는 경제적 진보가 아니라는 견해를 유지해야한다. 추상적 설계에 따라 사회를 구성하려는 ‘궤변론자’를 믿지 않고 법률과 규범을 믿으며 신중한 변화를 추구하는 보수 개념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른바 개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한국당 인사들은 평화체제 구축, 공정, 지방분권 등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정책과 메시지를 진보 진영이 선점했다며 보수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보수는 진보 진영을 흉내 내서도 안 되지만, 흉내 낼 수도 없다. 진보를 흉내 내는 순간 그들의 정체성은 더 이상 보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진보진영을 흉내 내려는 한국당은 도대체 왜 자신들이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지를 아직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고재구의 세상보기 | 고재구 회장 | 2018-07-20 21:34

최근 주한미군사령부가 평택 험프리스 기지 내에서 신청사 개관식을 가졌다. 73년간의 서울 용산 기지 시대를 마감하고 경기도 평택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뜻있는 행사였다. 이런 날 기지 인근 지역에서는 일부 시민사회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집회를 가졌다. 이들의 주장은 앞으로 체결될 평화협정이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를 가져올 텐데 주한미군이 더 이상 필요 없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역사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똑똑히 증명하고 있잖은가. 남베트남은 45년 전인 1973년 1월 파리 평화협정 체결로 미국이 철군한 뒤 2년여 만에 북베트남의 침공으로 지도에서 사라져 버렸다. 평화협정을 명목으로 미국에게는 ‘철군의 구실’, 북베트남에게는 ‘적화통일의 기회’, 남베트남에게는 ‘망국의 시발탄’이 됐을 뿐이다. 25년 전인 1993년 오슬로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서 ‘영토와 평화의 맞교환’을 통한 ‘두 국가 공존’이라는 해법이 도출됐다. 평화 정착과 팔레스타인 독립국 창설이 눈앞에 온 듯했으나 이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이 오히려 격화되어 평화협정은 한낱 휴지조각이 될 위기에 처해 있다. 남·북·미 대화가 시작되면서는 주한미군 철수 문제에 입도 벙긋 않던 북한이 한국 내부에서의 주한미군 철수 주장이 나오자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대남 선전매체를 통해 예의 주한미군 철수를 노래하기 시작했다. 주한미군 철수가 한국민의 민심이라는 것이다.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요구하는 한국민들의 투쟁은 너무도 응당하다며 주한미군 철수 시위를 선동하고 나섰다.중국의 시진핑과도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전환될 경우 주한미군의 주둔을 백지화 시킨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는 말이 나온다. 또한 국내외 주요 인사들 입에서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 주둔을 원하지 않으면 미군은 철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들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평화협정이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는 역사적 사실들을 상기하면, 이러한 국내외 동향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가를 모르지 않을 터인데 애써 역사를 외면하는 현실이다. 더욱이 평화협정이 이뤄지기도 전에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나섰으니 도대체 누구를 위함이고 무엇을 얻자는 국론분열 책동인가 싶다. 마국은 상대가 비록 동맹국이라 할지라도 자국이 손해 볼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공산화된 베트남과 국교를 정상화한 뒤 매년 교역을 증대하고 있는 그들의 본모습을 봐야 한다. 그래서 나오는 얘기가 ‘신(新) 애치슨라인’이다. 미국이 경제적 실리만 챙기고 대(對)중국 방어선을 일본, 필리핀, 베트남, 인도로 그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한 차례 그러했던 적이 있다. 6·25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전인 1950년 1월 당시 미 국무장관이던 애치슨은 소련의 스탈린과 중국 마오쩌뚱의 영토적 야심을 저지하기 위해 태평양에서의 미국 방위선을 알류산열도-일본-오키나와-필리핀을 연결하는 선으로 정한다고 선언했다. 방위선 밖의 한국과 타이완의 안보와 관련된 군사적 공격에 대해 보장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던 게다. 결국 이 ‘애치슨라인’ 선언은 북한을 오판케 만들어 6·25전쟁의 발발을 예인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미국은 ‘신(新) 애치슨라인’으로 손해 볼 일이 전혀 없다.

고재구의 세상보기 | 고재구 회장 | 2018-07-13 19:41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책인즉명(責人則明·자기의 잘못을 덮어두고 남만 나무람)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어떻게 이런 인사들이 아직도 한 지붕 아래서 함께 의정 활동을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지경이다. 2016년 총선, 2017 조기대선, 그리고 최근의 6.13 지방선거에 이르기까지 거푸 참패의 쓴잔을 마셨으면 국민 앞에 적어도 지금 같은 모습은 보이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특히 대표 권한대행이라는 사람은 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기는커녕 “친박 망령이 되살아난 것 같다”며 당 내분 사태의 책임을 특정 계파에게 떠넘기고 있어 분란을 키우는 양상이다. 계파 싸움을 말려도 시원찮은 마당에 되레 불 난 집에 기름을 붓고 있는 행태다. 6월 지방선거는 처음부터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 아니었다. 보수는 이번 선거에 사실상 한국당을 응징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보수의 본심은 어떤 이유에서건 배신을 용납하고 반기지는 않는다. 선거기간에 홍준표 전 대표를 위시한 당 지도부의 선거유세지원이 오히려 해(害)가 돼 후보자들이 손사래를 쳤던 사실이 이를 방증하는 터다.그러면 탄핵파와 탄핵반대파, 이들 두 세력이 한국당 내에서 공존할 수 없는 실상이 확인된 만큼 해결 방법 또한 명료해졌다. 당을 해체해서 이념과 뜻이 같은 세력이 새로운 당을 만들든가, 아니면 둘 중 하나가 당에서 나가 분당하는 방법으로 다가오는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으면 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한국당은 진즉에 해체됐어야 마땅했다. ‘친박’과 ‘비박’이 극명하게 대립했던 2007년에 그럴 기회가 있었으나 그들은 정권교체라는 대의명분 때문에 대선 앞에서 잠시 휴전했다. 다시 이들의 싸움이 불붙은 것은 대선이 끝난 직후인 2008년 총선 때 친이계 주도의 ‘공천 학살’이 발생하면서였다. 친박은 이를 갈면서 활활 타오르는 복수심으로 때를 기다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살아서 돌아오라”는 촌철살인이 이때였다. 그리고 마침내 2012년 총선에서 주류가 된 친박계가 친이계를 상대로 ‘공천 학살’을 단행했다. 하지만 이때도 이들은 헤어지지 않았다. 대선을 눈앞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 대선 직후가 이들이 헤어질 적기였지만 역시 이들은 헤어지지 않고 사사건건 대립하면서 2016년 총선을 앞두고는 소위 ‘옥새파동’이란 공천파문을 일으켰다. 결과는 참패했고 그래도 헤어지지 못한 이들은 탄핵 정국을 맞아 결정적으로 갈라서는 듯 보였다. 그런 것이 홍준표 대선 후보의 보수통합 명분으로 지리멸렬 상태의 바른당 탈당파들이 대거 복당해 조기 대선과 지방선거에 참패하고 말았지만 이들은 여전히 헤어지기에 겁을 내고 있다. 조선시대 막강 권력을 휘두르며 정권을 쥐었던 훈구파는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으나 사화(士禍) 등을 통해 권력을 이어갔다. 그러나 내부 혁신을 하지 않고 자기네까리 권력다툼만 한 탓에 그 힘이 점점 약해지기에 이르렀고 사림파는 그 틈을 파고들었다. 지방에 은둔하며 세력을 키워 마침내 선조 때 외척정치의 종말로 훈구파라는 용어는 사라지고 사림파가 정권을 거머쥐었다. 한국당도 위기 때마다 내부 혁신 없이 땜질 봉합으로 연명할 수 있었던 건 권력을 쥐고 있었기에 그렇게라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그런데 지금은 야당이 돼서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권력마저 없어졌다. 사림파의 정치적 기반이었던 지방 권력도 한국당에는 거의 없다. 이대로 계파 싸움으로 세월을 허비하다가는 훈구파처럼 아예 우리 정치사에서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고재구의 세상보기 | 고재구 회장 | 2018-07-06 19:09

6·13 지방선거의 여진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자유한국당의 참패 후유증은 한 치 앞을 장담 못할 만큼 심각하다. 오죽하면 의원 전부가 사퇴하여 보궐선거를 통해 국민의 심판을 받자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그런데 정말 의아스러운 일은 이번 선거로 ‘보수가 궤멸됐다’느니 ‘보수가 폐기됐다’라는 말이 정치권은 물론이고 언론에서조차 나오고 있는 사실이다.도무지 어떤 근거로 보수가 궤멸됐다는 건지, 무슨 잣대로 보수가 폐기됐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한국당이 17개 광역단체 중 대구와 경북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졌기 때문인가· 정통 보수 지역인 부산, 경남, 울산을 집권당인 민주당에 내줬기 때문인가· 서울 25개 구청 중 달랑 서초구 한 곳에서만 승리했기 때문인가· 그렇다면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12개 광역단체를 휩쓸고 서울의 25개 구청을 싹쓸이했으니 진보가 궤멸됐다고 했어야 할 것 아닌가. 당시 진보가 궤멸됐다면 어떻게 지금 정권을 되찾고 지방선거에서 거의 싹쓸이를 할 수 있었겠는가 말이다. 그때도 진보를 대변한다던 정당을 유권자들이 선거로 응징한 것이 지금과 다를 바 없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율이 바닥을 친 데다 과반이 넘는 의석을 차지했던 집권 여당 열린우리당이 친노·비노의 극심한 계파 갈등을 빚고 있었던 터다. 유권자들은 그러한 정당을 내친 것이지 진보를 궤멸한 것이 아니었다.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했던가. 2016년 새누리당은 그러했던 10년 전 열린우리당의 행태를 그대로 답습해 보였다. 친박·비박의 계파 갈등은 열린우리당의 그것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게다가 비박계는 끝내 자당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하는 어이없는 일을 자행했다. 진노한 유권자들은 20대 총선에서 180석을 장담했던 새누리당에게 경고장을 날리고, 이어 탄핵 후 치러진 조기대선에서 철퇴를 가했다. 그러한 유권자 주체가 바로 스윙보터(부동층)들이다. 그들은 2006~2007년 때나 10년 후에도 보수니 진보니 하는 이념 프레임으로 투표하지 않고 그때그때의 정치상황이나 관심 분야 정책에 따라 선택을 달리했을 뿐이다. 이처럼 선거에서는 항상 ‘좌’‘우’ 편견에 의해 투표하지 않는 그들의 선택에 따라 승부가 결정돼 온 것이다. 이들은 평소엔 정치와 담을 쌓은 듯 보이지만 어떤 계기만 주어지면 현실을 단호하게 뒤바꾸어 놓는다.이번 6.13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에서도 결코 상황이 빗나가지 않았다. 스윙보터들은 지난해 대선 이후에도 정신을 못 차린 한국당을 또다시 응징하고 나섰다. 보수와 진보 유권자들은 언제나처럼 별 변함이 없었다. 이는 정당 득표율에서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때보다 10.3% 상승한 반면, 한국당은 3.8% 정도 상승에 그쳤다. 이는 스윙보터들 중 다수가 민주당으로, 소수가 한국당으로 각각 흡수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다.결국 지금까지의 선거 승패의 열쇠는 보수와 진보가 쥐고 있었던 게 아니라 이념과는 무관한 스윙보터들이 좌지우지했던 것이다. 때문에 ‘보수 궤멸’이니 ‘보수 폐기’니 하는 말은 맞지 않은 얘기고 단지 한국당이 몰락하고 궤멸된 것뿐인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당 스스로가 ‘보수 궤멸’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으니 무슨 일인지를 모르겠다.

고재구의 세상보기 | 고재구 회장 | 2018-06-29 19:00

김성태 한국당 대표권한대행의 행보가 몹시 비관적이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며 엎드린 석고대죄(席藁待罪)가 자신은 아닌 남 탓으로 하고 있으니 기가 차다. 의원들의 어떠한 동의도 없이 갑자기 중앙당을 해체하겠다고 하더니 자신이 중앙당 청산위원장을 맡겠다고 나섰다. 거기에 당명까지도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중앙당 해체의 명분을 비대한 조직에서 찾자는 발상이다. 지방선거에서의 민심은 한국당의 인적 청산을 명령한 것이다. 그런데도 김성태 의원은 하등의 책임지는 자세 없이 엉뚱한 곳에다 화살을 돌리고 있으니 적반하장(賊反荷杖)이 따로 없다. 고집스럽게 그 알량한 기득권을 지켜보겠다는 모습으로 비쳐져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는 탄핵정국을 주도한 사람으로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하기는커녕 새 세상(?)의 주역이 되겠다고 탄핵파들과 함께 탈당해 개혁보수를 내세운 소위 바른당을 만드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리고는 지리멸렬한 한국당을 접수하기 위해 다시 탈당파들을 규합해 한국당에 복당하는 기행을 저질렀다. 그렇게 해서 원내대표 자리를 꿰찼으면 무너져 가는 보수의 재건을 위해 뭐라도 했어야 했는데 한 것이라곤 사상 최악의 지방선거 성적표만 받아들었다. 그러면 홍 전 대표와 함께 책임을 지는 것이 순리인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되레 인적 청산작업의 주체가 되겠다고 하니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생각해보면 2016년 총선 직후 지금의 한국당은 사실상 당을 해체하는 수준의 극약처방을 단행했어야 했다. 그 때 이미 국민들, 특히 보수층 유권자들은 한국당에게 환부를 도려내 수술하고 혁신하는 모습을 보이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한국당은 그런 고언(苦言)들을 깡그리 무시했다. 그러자 유권자들은 ‘박근혜 탄핵’을 거치며 대선에서 표로 그들을 심판했지만, 당내 양 계파는 요지부동으로 변화를 거부했다. 당을 접수한 홍준표 전 대표는 당의 쇄신 작업은 외면한 채 제 사람 심기에만 주력했다. 유권자 정서와 동떨어진 막말을 일상으로 내뱉었다. 유권자들은 이런 한국당의 구태를 보면서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를 통해 수없이 경고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그들은 공천 과정에서 역대급 공천 잡음을 일으켰다. 결국 국민들은 참지 못하고 표를 통해 한국당을 처절하게 응징할 수밖에 없었던 터다. 얼마나 한심했으면 보수 논객들과 보수 언론들조차 ‘완전하고 검증불가이며 불가역적인 패배’ ‘보수는 절망해야 한다’고 자조했을까. 일각에서 바른미래당과의 보수 대통합을 말하기도 하지만, 바른미래당은 사라져야할 당이라는 게 이번 선거를 통한 국민적 명령이었다. 그런 당과 합쳐서 도대체 무엇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인지, 도무지 생각이 없어 보인다. ‘0+0=0’라는 말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집권당인 민주당도 지금의 한국당처럼 ‘폭망’한 적이 있다. 당시 그들도 시대정신을 망각한 채 분열했다가 유권자들로부터 호된 질책을 당했다. 거의 ‘폐족’이 될 뻔한 지경에까지 몰렸었다. 그러나 그들은 살아남았고 정권까지 다시 거머쥐었다. 벌써부터 지방선거에서의 여세를 몰아 2020년 총선에서의 압승을 예상하는 오만함을 보이기도 한다. 민주당의 이런 모습은 잘만 하면 한국당에도 희망이 가까워질 수 있다는 때 이른 청신호일 수 있다. 뭉쳐서 새로운 리더십으로 국민 곁으로 다가간다면 그동안 마음을 둘 곳 없어 방황했던 보수 유권자들 마음을 못 얻을 이유가 없다. 

고재구의 세상보기 | 고재구 회장 | 2018-06-22 19:47

2018년 6월 13일, 참으로 무서운 선거였다. 자의든 타의든 선거를 앞두고 정당과 후보와 관련돼 발생하는 불미스러운 일들은 선거판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는 대선을 앞두고 아들의 병역 문제가 불거져 고배를 마셨다. 정동영 전 민주당 대통령 후보도 선거 막판에 내뱉은 ‘노인 폄하’ 발언으로 예상보다 훨씬 큰 표 차이로 낙선했다. 새누리당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옥새파문’이라는 희대의 코미디극을 연출하는 바람에 제1당 자리를 민주당에 내줬다. 2012년 총선에서는 민주통합당의 김용민 후보가 과거 한 인터넷 라디오 방송에서 했던 여성과 노인 비하 발언이 공개돼 본인은 물론 접전 지역에서 자당 후보들이 줄줄이 낙선했다.이게 정상적인 국민감정의 발로였던 게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는 그 어떤 비리와 추문도 통하지 않았다. 민주당 소속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發 ‘성폭행’ 의혹이라는 ‘대형 악재’가 폭로됐음에도 자유한국당을 외면한 표심은 요지부동이었다. 이어 민주당 실세 의원의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이 터졌는데도 한국당은 반사이익을 얻지 못했다.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기막힌 가정사에 얽힌 욕설 파문과 여배우와의 추문 의혹이 선거판을 휘저었는데도 경기도민들은 그에 흔들리지 않았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선거였다. 이번 선거처럼 진영논리가 그 모든 가치판단의 기준들을 넘은 경우가 일찍이 없던 일이다. 어쩌다 우리 국민들의 표심이 이렇게 변했을까? 그 답은 한국당에서 찾아볼 수밖에 없다. 분명 전세를 뒤집어 놓을 만한 대형 악재들이 연이어 터졌음에도 끝내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한국당에 더 큰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보인 그들의 행태와, 그 이후 벌어진 보수의 분열상에 실망한 보수 유권자들은 새정부 출범 후 들어선 한국당 지도부가 연출한 일련의 ‘엑스맨’적 연극에 분노하며 마음 둘 곳이 없어진 것이다.자고로 전쟁의 승패는 적을 아는 일이 더없이 중요하나 그에 앞서 자신을 얼마만큼 정확히 아느냐에 달렸다. 이런 이치를 한국당의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말할 나위 없이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조차 외면했다. 게다가 선거를 코앞에 두고서는 적전분열(敵前分裂)까지 일으켜 한국당 후보들이 ‘홍준표 리스크’ 운운하며 홍 대표의 지원 유세가 도움이 안 되니 선거 현장에 나타나지 말아 달라는 ‘홍준표 패싱론’을 들고 나왔다. 당의 수장이 선거지원유세도 하지 못하는 딱한 신세가 되고 만 것이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또 있겠는가,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관계도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당이 앞으로 내놓을 ‘회심의 패’가 보이지 않는다. ‘백약이 무효’라는 사실이 이번 선거를 통해 백일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다만 자신을 돌아보는 일에 철저하게 냉정해지는 것과 내부 분란을 억제해 강한 적 앞에 스스로를 보강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모두가 사심(私心)을 버려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정말로 문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    

고재구의 세상보기 | 고재구 회장 | 2018-06-15 15:44

도박판에서 노름 밑천을 다 털린 도박꾼의 두 가지 모습이 있다. 깨끗하게 노름판을 떠나는 것과 미련을 못 버리고 구차하게 버티는 것을 말한다. 돈을 다 잃은 대부분의 도박꾼들은 털고 일어날 수밖에 없지만, 개중엔 자리를 털지 못해 개평(돈 딴 사람이 던져주는 몇닢 돈)을 보태서라도 한 번 더 배팅해 보려고 기를 쓰기도 한다. 하지만 이럴 경우 ‘대박’은 커녕 ‘쪽박’을 차고 꼴같잖게 되기 일쑤다.정치판도 다르지 않다. 정치적으로 거덜이 났음에도 이슈몰이를 계속해서 정치생명을 조금 더 연장해 보려는 정치인이 적지 않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영입위원장은 지난 2012년 대선 정국에서 문재인 후보와 손잡아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켰다. 당시 안 위원장이 문 후보를 건성으로 도와주었다는 비판이 많긴 했으나 안 위원장으로서는 후보 단일화 과정을 통해 문 후보와 같은 반열의 야권 정치 지도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잠시 공백기를 가진 안 위원장은 2014년 당시 김한길 민주당 대표를 이용하며 제1야당 공동대표 자리를 꿰찼다. 자신이 이끌던 새정치연합을 민주당과 합당시킨 결과였다. 비록 얼굴 마담의 상징적 대표에 불과했지만 그는 당대표 반열의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데는 일약 성공한 셈이다.이후 문재인 새정치민주당 대표와 각을 세우며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힘껏 부풀린 안 위원장은 2016년 국민의당을 창당해 20대 총선에서 제3당의 오너가 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호남의 차세대 지도자라는 상징성을 갖추기 위해 호남 출신 천정배 의원을 내세웠다. 또 2017년에는 ‘정치 9단’으로 불리는 박지원 의원을 당대표로 세워 조기 대선에 임했다. 안 위원장은 이처럼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누군가를 통해서 끌어올린 뒤 철 지나면 그들 대부분을 용도 폐기했다. 김한길 전 대표는 20대 총선을 전후해서 고사시켰고, 천정배 의원과 박지원 전 대표와는 대선 후 결별했다.대선에서 실패하고 정치적 밑천이 됐던 호남에서마저 버림받은 그는 정계를 떠나지 못하고 이번에는 정체성 다른 보수 진영의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와 합당을 강행해서 정치 생명을 연장시키는 정치도박을 폈다. 안 위원장이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하게 된 배경은 지방선거 후 바른미래당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라는 억측이 난무했다. 그 같은 위기감에서 자신은 ‘선당후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감을 가졌을 것이란 얘기다. 또 한 사람 유승민 대표는 박근혜 정권에서 이미 ‘배신자’로 낙인찍힌 데 이어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 땅에서 차갑게 배척당하는 처지가 됐다. 패를 잘못 읽어 정치적 밑천을 다 털리고만 모양새다.그러나 그 역시 정치판을 떠나지 못하고 안 위원장처럼 영호남 통합 명분으로 자신의 정치생명을 연장하는 막다른길에 합류했다.이처럼 우리 정치는 도박 생리와의 공통점이 있다. 도박판에서 노름 밑천 거덜나면 손 탁 털고 일어서는 모습이 가장 깨끗해 보이고 신사적인 것처럼 정치판도 그런 게다.한국 정치는 지역 기반이 가장 큰 힘이 돼 정쟁(政爭)의 보루(堡壘)가 됐다. 따라서 지역기반을 잃어버린 정치인은 독불장군이 될 수밖에 없는 역학구조다. 그래서 호남 기반을 송두리째 빼앗겨 버린 안철수 영입위원장이나 TK 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린 유승민 공동대표의 정치적 장래가 밝아 보이지 않다는 것이다.

고재구의 세상보기 | 일요서울 | 2018-06-08 18:48

세계사에서 이웃나라끼리 사이가 좋았던 예를 별로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원교근공(遠交近攻)이라 해서 먼 나라와 친교를 맺고 이웃나라를 공격하는 일이 외교의 진리처럼 됐던 모양이다. 하지만 정치 군사적 이해관계로 해서 이웃나라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들도 있었다. 한반도 중기 삼국시대 신라와 백제는 고구려를 견제하기 위해 ‘나제연맹’을 맺었다. 또 태평양 전쟁 당시 볼리비아와 페루는 동맹을 맺고 칠레와 전쟁을 치른 바 있다. 북한과 중국의 관계도 그랬다. 북한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당시 공산당의 신정권을 승인한 데 이어 1950년 중공이 한국전쟁 때 UN군의 북진을 막아 내며 남하하게 만드는 등 전통적 공산주의 우방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후 핵무기 개발 등의 문제로 몇 차례 두 나라 기류가 좋지 않았지만 그들의 혈맹 관계는 지속됐다. 중국이 암덩어리 같은 북한과 계속 손잡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미국의 한반도 북부 진출을 막을 방패로 이용하는 한편 북한을 자신들이 추구하고 있는 동진(東進) 정책의 교두보로 삼기 위해서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의 ‘중국 고립’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복병이 중동 지역으로의 길목에 가로막고 있어 서진(西進) 정책이 좀처럼 작동하지 않고 있는 데다, 남쪽으로는 세계 4위 군사대국 인도가 미국과의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고, 인근 지역의 베트남과 필리핀 역시 인도의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어 패권주의 확장에 어려움을 겪는 터다. 게다가 남중국해를 내해(內海)로 만들어 이 지역의 부존자원은 물론이고 핵잠수함의 태평양 진출로(進出路)를 확보하려 했으나 국제상설재판소(PUC)에서의 패소로 동진(東進) 정책마저 힘겨운 모양새다. 그 판에 한국 정부마저 사드를 배치하기로 결정해 동진 정책에 또 하나의 걸림돌로 부상하자 중국은 동진 정책의 교두보인 북한을 유일한 돌파구로 삼을 수밖에 없게 됐다. 미우나 고우나 북한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북한이 이 같은 중국의 속셈을 모를 리 없다. 그래서 그동안 중국을 향해서도 막말을 해댈 수 있었던 게다. 그러면서 결정적인 순간에는 중국에 기댔다. 과거에 그랬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김정은이 두 차례나 중국을 비밀리에 다녀온 것도 그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압박 수위가 계속 높아지고 북한 경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국마저 조여 오자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사실상 백기를 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정은은 중국으로부터 모종의 약속을 얻어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제아무리 압박 수위를 높인다 해도 중국이 반대하는 한 미국 마음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이 적중했음이다. 일각에서는 천국과 지옥을 오르내렸던 최근 한반도 정세의 배후에 중국이 있기는 해도 북한이 트럼프의 강수에 밀려 중국에 의존해서는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했을 거라며 중국이 난처한 입장에 놓였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북중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하는 소리다. 북한은 늘 그래왔듯 앞으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중국에 기댈 것이고, 따라서 중국의 의지 없이는 비핵화가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북중 관계는 한미동맹 그 이상이라는 사실을 상고(詳考)해야 할 때다. 미북 간 협상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해 미국을 견제하려는 중국은 한반도 통일이나 평화체제를 결코 바라지 않는다. 단지 북한에 대한 영향력 및 한반도 전체에 대한 영향력이 작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을 뿐이다. 

고재구의 세상보기 | 고재구 회장 | 2018-06-01 20:11

지난 달 개최된 남북 정상회담 후 대부분의 언론들과 친북 인사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폐쇄된 개성공단을 재개시키고, 금강산 관광길도 다시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연장선에서 남북 경제협력 확대와 인천항을 거점으로 한 교류 활성화를 위한 '남북 경제협력 TF'가 출범하기도 했다. 남북 문화 교류와 각종 국제 스포츠대회에 남북 단일팀이 출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심지어 “대동강맥주에 들쭉술로 폭탄주 마시자”는 환호까지 일었다.이와 함께 김정은과 북한에 대한 과대포장도 심해졌다. 언론들이 남북관계 해빙을 맞아 ‘김정은 모에화(특정 대상을 소년이나 소녀, 귀여운 동물 등 호감도 높은 대상으로 묘사하는 것)’에 앞장섰다. 덕분에 김정은에 대한 이미지 변신이 놀라운 지경이다. 정상회담 전 그의 이미지가 ‘긍정적'이란 대답이 단 4.7%에 불과했으나 회담 후에는 48.3%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북한을 바라보는 청년층의 시선 역시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한 대학교 1학년 학생 1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북정상회담 이전에는 66.1%가 북한 이미지에 ‘부정적’이라고 답했으나 이후 57.3%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평화 공세가 먹혀들고 있다는 방증일 게다.그랬던 북한이 한미 군사훈련을 문제 삼아 돌연 남북 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데 이어 미북회담 취소까지 거론하는 등 강경 자세를 보이자 우리정부가 당혹스러워 했다. 국민들도 북한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에 어리둥절해 하면서 혹시 김정은에 놀아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냈다. 오는 11월의 중간 선거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트럼프의 고민 또한 깊어 보였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보다는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중지에 더 큰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다시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과연 북한의 비핵화가 성공할 수 있을까? 또 비핵화가 성공하면 한반도에 정말로 영원한 평화가 올 것인지?를 말이다. 거듭 말한 대로 월남은 남북평화선언 후 불과 2년 만에 월맹에 침공 당했다. 당시 미국의 키신저는 미군이 철수하더라도 월남과 월맹이 평화선언을 했기 때문에 적어도 10년간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했지만, 월맹군과 베트콩은 미군이 철수하자 물밀 듯이 내려와 월남을 간단하게 점령했다. 철수한 미군은 더 이상 월남에 돌아오지 않았다. 우리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우리가 침공당하면 미군이 즉시 파견되도록 되어있긴 하나 ‘의회의 동의’라는 피하지 못할 단서가 붙어 있다. 미군이 월남에 다시 파견되지 않은 것은 당시 미국 전역에 번져가고 있던 반전(反戰)무드로 인해 의회가 파견 승인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반전 분위기는 앞으로 미국사회에 더 강해질 수 있다. 다시 말해 월남이 미월동맹조약만 굳게 믿고 있다가 당한 것처럼 우리도 한미동맹에만 의지하다가는 큰코 다칠 수 있다는 얘기다. 통일이라는 말에 대한 해석 또한 입만 열면 ‘통일’을 외치는 북한의 통일에 대한 개념이 우리의 그것과 어떻게 다른지 구별이 돼야 할 일이며, 남북관계의 해빙무드는 뜨거운 가슴으로 환영할 일이나 평화만큼은 그것이 어떤 평화인지를 차가운 머리로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또 북한과 미국의 가슴 속 밑바닥 생각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알아야 한다.

고재구의 세상보기 | 고재구 회장 | 2018-05-25 1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