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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는 ‘넉넉한 마음을 가지라’는 뜻에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이번 추석 명절은 조상들의 말이 무색해졌다. 그 이유는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로 빼든 ‘평화’가 고용참사, 소득양극화로 인해 먹고사는 문제인 ‘경제’ 이슈에 밀려났기 때문이다. 추석 전 ‘평양의 정치쇼’만으로는 집값 폭등, 세금 폭탄, 물가 급등 등에 따른 서민들의 팍팍한 삶을 어루만질 수 없었고, 귀향을 하지 못하고 거리를 헤매는 수많은 청년 실업자들의 원성을 달랠 수 없었다. 율곡(栗谷) 이이(李珥)는 왕조의 변천 단계를 창업(創業)·수성(守成)·경장(更張)으로 나누고 “수성을 해야 할 때 고치고 바꾸는 데 힘쓴다면, 이는 병도 없는데 약을 먹는 것과 같아서 도리어 병을 일으키게 될 것입니다. 경장해야 할 때 그대로 지키는 데 힘쓴다면, 이는 병에 걸렸는데도 약을 물리치는 것과 같아서 누워서 죽기를 기다리는 것입니다...”라고 갈파했다. 그 시대에 힘써야 할 일(時務시무)은 순서가 있기 때문에 수성을 해야 할 때 경장을 하고 경장을 해야 할 때 수성을 하면 나라가 쇠망(衰亡)에 이른다는 가르침이다. 통계청은 지난 8월 ‘고용동향’ 발표에서 “고용증가가 연간 30만명은 돼야 하는데 5000명밖에 안 늘어났으며, 출산율이 0.97명으로 세계 최저로 추락했고, 1분위(하위 20% 계층)와 5분위(상위 20%) 간 소득격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졌다”는 비보(悲報)를 전했다. 민간 경제연구소들도 “앞으로 5년간 매서운 취업 빙하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근거 없는 ‘소득주도성장’을 부각시켜 경제운용에 실패했고 시장에서 신뢰를 잃었다. 최저임금이 2년간 29%나 급격히 인상되었다. 최저임금 올리고 근로시간 줄이고 정규직화하면 일자리를 가진 사람에게 유리하다. 당연히 일자리를 새로 창출하는 것과 관계가 없는 사술(詐術)의 정책인 것이다. 일본과 독일은 대기업 대 중소기업 급여가 100대80~85인데 한국은 53% 수준이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경영여건 개선이 우선인데, 이것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금만 올리다 보니 결과는 폐업이나 감원으로 연결되어 일자리를 없애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올 중소기업·자영업자·소상공인 부담을 과소평가한 결과다. 이는 율곡 선생이 갈파한 “수성을 해야 할 때 경장을 하면, 이는 병도 없는데 약을 먹는 것과 같아서 도리어 병을 일으키게 될 것입니다.”라는 지적과 정확히 일치한다. 만시지판(晩時之歎)의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하고 지역별·업종별 차별화도 해야 한다. 월급 150만원 이하 받는 비정규직 700만명과 자영업자 700만명의 소득수준을 적절히 조정함으로써 일자리를 우선하는 소득정책이 시행되지 않으면 내수가 위축된다. 또한 주 52시간 근무제도 업종별로 탄력적으로 적용하도록 수정해야 하며, ‘임금피크제’도 노사 자율에 맡길 게 아니라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한국과 일본의 고용 상황을 비교해 보자. 일본은 대기업 노조가 유사 업종의 중소기업보다 과도한 임금인상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크지 않다. 일본은 한사람이 1.65개의 일자리를 놓고 저울질하는데 반해, 한국은 100명이 65개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일본은 아베노믹스로 일자리가 늘어나는 추세가 뚜렷해진 뒤에야 고용의 질에 신경을 썼는데 반해, 한국은 일자리가 줄어드는데 고용의 질을 좋게 한다며 임금을 올리고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등의 반(反)시장 정책을 펴고 있다. 김준영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11월 논문에서 “한국은 대·중소기업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동시장의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향후 청년실업률 상승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청년 일자리에 대해서는 정책 궤도의 전환이 필요하다. 청년은 대기업으로 몰리지만 일자리의 90%는 중견·중소기업이 만든다. 노동시간은 줄어들고 임금은 높아지는데 중소기업이 활성화될 수 없고 스타트업이 활발할 리도 없다. 따라서 정부는 선(先) 중소기업 활성화, 후(後)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정책방향을 재설정하고 노동시장의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대학 졸업 후 직장을 제때 잡지 못하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해야 한다. 대학생들은 졸업을 유예하고 9학기 이상을 대학에 적을 두고 있고, 40만명이 넘는 공시족(公試族)들이 9급 공무원시험 준비에 젊음을 낭비하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는 경제와 민생이 뒷받침될 때 보장된다. 고로 청년실업 문제의 해결이 국정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 

우종철의 일요논단 | 우종철 자하문연구소장 | 2018-09-28 09:42

올 여름의 역사상 유례없는 폭염과 초열대야에서 보듯이 지구온난화가 인류를 기후 수렁으로 내몰고 있다. 태풍·홍수·가뭄 등 자연재해의 발생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지구의 기후변화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유엔은 “오는 2030년이면 세계경제에 2조 달러 규모의 생산성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세계은행도 “2050년까지 1억4000만 명의 기후난민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지난 2009년 기후협상이 결렬된 덴마크 코펜하겐회의 이후 파리기후협정을 이행하기 위한 체결 국가들의 합의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체결국의 3분의 1만 이행을 약속한 상태이다. 그동안 체결 국가들은 탄소배출 감소에 필요한 비용조달 방법과 배출량 산출규정 합의를 놓고 이견을 보여 왔다. 특히 미개발국들의 탄소배출 감소를 돕기 위한 연 1000억 달러 규모비용을 누가 제공하느냐가 가장 큰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이처럼 난제 중의 난제인 세계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고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 대표적인 정치인이 엘 고어 전 미국부통령이다. 엘 고어는 1992년 미 부통령 취임 이후 1997년 ‘교토의정서’를 주도하고 온실가스 배출 최소화와 국립공원 확대 등을 주장했으며, 퇴임 후 다큐멘터리 영화 ‘불편한 진실’을 제작해 지구환경 위기를 경고하는 등 환경운동을 주도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7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세계가 지구온난화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기에 더해 탈(脫)원전 논란에 따른 전력수급,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야당이 탈원전 반대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코레일 사장 출신 자유한국당 최연혜 의원은 무분별한 탈원전에 따른 부작용을 경고하고 있다. 독일 만하임대 경영학 박사로 국회 원전수출포럼을 이끄는 ‘에너지통(通)’인 최 의원은 독일의 사례를 바탕으로 한 《대한민국 블랙아웃:독일의 경고-탈원전의 재앙》 책을 출간하면서 탈원전 반대 전도사로 나섰다. 최 의원은 20여년 가까이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골자로 한 에너지전환정책을 추진해 온 독일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독일은 재생에너지 비율이 36%로 온실가스 배출이 프랑스보다 2배나 많고, 독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2000년 이후 109% 올라 유럽 평균보다 50% 이상 비싸고, 우리나라보다 2.8배 높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 의원은 “인공지능(AI)이나 전기차, 로봇 등 4차 산업혁명은 막대한 전기가 사용된다”며 “원전을 포기하면 안정적 전기 공급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탈원전 정책은 곧 4차산업혁명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에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하라고 했더니 대한민국 원전만 CVID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생에너지 위주의 에너지 정책은 필연적으로 전기요금 인상을 수반하게 되고 그 결과 서민경제는 더욱 힘들어지게 된다. 따라서 원전 발전을 과도하게 억제하기 보다는 재생에너지 연구개발(R&D)에 집중 투자하면서 점진적으로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도 전기를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생산해내는 것이 국가의 최우선 목표가 돼야 한다. 때문에 정부의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20%라는 목표의 속도조절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지난 70년 간 대한민국은 ‘한강의 기적’과 ‘민주화’란 성공신화를 써왔다. 학자들은 그 동인(動因)으로 건국의 선각자들이 선택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 정치지도자들의 미래지향적 비전(통찰력), ‘하면 된다’는 ‘can do정신’ 그리고 국민의 투철한 안보의식을 주저 없이 꼽는다. 앞에서 거론한 엘 고어나 최연혜 의원의 사례를 떠나서라도 정치인들은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으로 국정을 이끌어야 한다. ‘탈원전 정책’은 편향된 정치적 이념의 산물이다. 잘못하면 국가의 미래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산업구조의 변화에 우리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성공신화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릴 수 있다. 4차 산업의 승패는 지속가능한 값싼 에너지를 확보하는 ‘에너지 안보’에 달려 있다. 현 정부가 주장하는 친(親)환경이란 대의에 원전이 결코 배치되지 않는다. 최연혜 의원은 “에너지 정책은 5년, 10년 후에 그 결과가 나타난다”며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은 대한민국의 블랙아웃을 예고하는 위험한 도박”이라고 주장했다. 최 의원이 주장한 독일의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정책실패’ 사례를 정부는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우종철의 일요논단 | 우종철 자하문연구소장 | 2018-09-14 13:31

영국 하면 신사의 나라, 일본 하면 사무라이(무사)의 나라를 연상하게 되는 것처럼 한국 하면 떠오르는 국가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효 사상,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 정신, 인본주의 전통, 개방성 등 ‘코리안 드림’을 만들 수 있는 빛나는 문화유산과 세계에 자랑할 만한 한류 자산을 많이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고도경제성장과 민주화 달성이라는 ‘두 번의 기적’으로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고 볼 수 있지만, 문화적으로는 서구 선진국을 따라잡았다고 말할 수 없다. 선진국 수준의 국가에는 그 나라 고유의 역사와 문화가 최고의 상품이 되어 국가경쟁력의 또 다른 한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인들에게 한국이 어떤 나라로 인식되는 것이 바람직할까. 한국인의 정체성을 무엇으로 정의하면 좋을까. 미국 하버드대의 고(故) 라이샤워 교수는 “한국은 생명력은 넘쳐흐르지만 거칠다.”고 평가했으며 “한국적 야성(野性)을 이상적으로 승화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조선시대의 선비정신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일본은 명치유신 이후 주류세력이 ‘무사도’를 일본의 가치관으로 승계한 데 비해, 우리는 광복 후 서구사상의 무분별한 수용으로 선비정신이 국민의 가치관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선비정신은 일제에 의해 분열적 논쟁으로 폄하되고, 이후 낡은 것이라고 천대 받아 팽개쳐 버려진 상태다. 이제는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을 높이고 한류를 확산시키기 위해 선비정신과 같은 정신재무장운동이 필요하다. 선비라는 말의 어원에 대해 신채호 선생은 선의 무리 즉 ‘선배(仙輩)’라고 했고, 김동욱 선생은 선배(先輩)와 같은 개념으로 신라의 화랑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주장했다. ‘선비 논 데서 용 난다’는 속담에서 볼 수 있듯이 선비는 학식과 예절로 명분과 의리를 지키고 지행합일(知行合一)을 추구하였으며, 목에 칼이 들어와도 두려워하지 않는 기개와 불요불굴(不撓不屈)의 정신력을 소유했다. 선비정신의 대표적 덕목으로는 사보다 공을 앞세우는 ‘선공후사(先公後私)’, 청빈과 검약을 생활철학으로 삼는 ‘청빈검약(淸貧儉約)’, 자신에게는 엄격하되 남에게는 후하게 대하는 ‘박기후인(薄己厚人)’, 근심할 일은 남보다 먼저 근심하고 즐길 일은 남보다 나중에 즐기는 ‘선우후락(先憂後樂)’, 강한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도와주는 ‘억강부약(抑强扶弱)’ 등을 들 수 있다. 영국이 지난 300년 동안 전쟁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은 것은 상류 지도층이 먼저 전쟁에 나가서 전사하고 희생한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있었기 때문이다. 장구한 500여 년 동안 조선을 지탱해온 정신은 선비정신이었고, 그것은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였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조선이 조선되게 하여온 자가 화랑이며, 그러므로 화랑의 역사를 모르고 한국의 역사를 말하려는 것은 골을 빼고 그 사람의 정신을 찾음과 한가지인 우책(愚策)이다”고 갈파한 바 있다. 화랑정신, 선비정신, 호국정신, 새마을정신을 ‘경북 4대정신’이라 부른다. 이런 문화 자산은 한국과 세계의 미래를 건강하게 열어나갈 열쇠가 될 수 있다. 경북을 본거지로 하는 선비정신은 반드시 되살려야 할 문화자산이며, 우리 국민 전체 삶의 좌표로 삼을 만한 가치이며, 세계에 자랑할 만한 한류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선비정신은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덕목으로 미국의 청교도정신, 영국의 기사도, 일본의 무사도에 비견할 수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선비정신을 내세우면 어떨까. 조선이 일본은 물론 사회주의로 변한 중국보다도 성리학을 잘 계승했기 때문이다. 이제 지도층부터 한국인의 인의예지(仁義禮智) 윤리와 홍익정신의 핵심인 선비정신을 해외에 소개하고 한국을 홍보하자. 국내에는 ‘선비정신’ 붐이 새로운 시민의식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 그러면 우리의 국격(國格)도 저절로 상승하고 ‘관광 코리아’도 활성화될 것이다. K팝을 위시한 한류가 국가 브랜드를 높이고 있지만 이를 실효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역사·문화의 고급 이미지가 뒤따라야 한다. 이것이 버려진 선비정신의 복원이 시급한 이유이다.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교수가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이라는 책에서 “1960년대 이후 한국이 이룩한 기적적인 성장의 경우, 그 배후에는 수천 년 지속해온 지적 전통이 있다.... 한국인은 한국의 과거를 소개하지 않고는 국제 사회에 한국의 정체성을 설명할 수 없다. 한국의 정체성이 명확하게 그려지지 않는 한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모호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 참뜻을 음미해 보자. 

우종철의 일요논단 | 우종철 자하문연구소장 | 2018-08-29 11:23

우리 역사에서 바다 하면 생각나는 영웅이 장보고와 이순신이다. 5월31일이 ‘바다의 날’로 지정된 이유는 장보고가 해상권을 장악하고 중국·일본과 무역하기 위해 청해진을 설치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해양산업은 중요하며 바다는 우리 민족의 생존과 번영이 달려있는 보고(寶庫)라 할 수 있다. 일찍이 육당(六堂) 최남선 선생은 ‘바다와 조선민족’이란 글에서 해양입국(海洋立國)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국을 구원할 자는, 한국을 ‘바다의 나라’로 일으킬 자”라고 갈파한 바 있다. 또한 미국 폴 케네디 교수는 ‘미래 국가 해양전략포럼’에서 “한국은 조선업, 수산업, 해운업 등 바다 관련 산업의 강세로 해양강국이 되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칭찬한 바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에 도달하는 데 독일은 6년, 일본은 4년, 스위스는 단 2년 걸렸다. 반면 우리나라는 2006년 2만 달러를 돌파한 이후 12년째 3만 달러 수준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경제가 ‘2만 달러의 함정’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다를 지배하는 국가가 세계를 지배한다. 고대 그리스, 로마,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미국 등 해양강국이 세계의 패권을 장악했다는 말이다. 신라가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이유 중 하나는 해군력의 강화와 해양 지배력에 있었다. 우리나라는 해운 및 조선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해양강국이다.따라서 이제 신성장동력을 바다에서 찾아야 한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드넓은 해수면, 3000여개의 섬은 큰 해양자원이다. ‘바다의 나라’를 일으키는 첫걸음은 바다에서 4차 산업혁명인 해양관광산업의 활성화를 이뤄내야 한다. 마리나·해양레포츠 등 해양관광산업은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리나는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워라밸 확산에 걸맞은 새로운 문화산업이며, 주변의 아름다운 해안과 조화를 이뤄 지역의 가치를 높일 수 있어 관광시장을 이끌어 갈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세계 레저선박 수는 2900만 척이며, 시장규모는 500억 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세계 마리나항만 2만3000여개 중 90%가 북미·유럽에 위치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그만큼 한·중·일에서 마리나의 성장동력이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 등록된 레저선박 수는 매년 3.8배 정도로 꾸준히 증가해 2015년 기준 1만5172척이며, 조종면허 취득자수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5년에는 16만8618명에 달한다. 정부는 마리나 이용인구 확대에 대비해 2009년 ‘마리나항만의 조성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가칭 마리나항만법)’을 제정했으며, 2013년에는 전국 6개 지역에 거점형 마리나 항만을 조성하기 위해 1개 지역당 300억원의 국비지원 방안을 마련했다.마리나에서 파생하는 산업효과는 엄청나다. 마리나항만 개발은 요트·보트를 즐기는 것을 포함해 배후단지의 레저보트 산업(요·보트의 제작, 매매 및 대여, 수리·정비, 정박), 교육, 금융, 숙박, 식음료 제공 시설 등을 모두 갖춘 복합레저 공간을 지칭하는 것으로 확장됐다. 해양수산부는 마리나지구에 대해 주거시설 입지허용, 대여업 허용, 회원권제도 도입 등 다양한 제도를 도입해 민자 유치를 유도하고 있다. 또한 마리나의 신성장 동력화를 위해 마리나를 국정과제로 선정해 마리나의 조기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해양 르네상스’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해양수산부의 마리나항만 개발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일부 지자체가 이를 뒷받침해 주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동양건설산업은 포항 두호 마리나항만 개발사업에 대한 실시협약을 체결, 국내 1호 민간제안 마리나항만 개발사업의 시행자가 됐지만 민간 사업자의 투자회수 방안과 관련된 지자체의 이해부족으로 현재까지 지지부진하다. 선진국 레저스포츠 문화의 끝은 요트다. 요트문화는 마리나를 전제로 한다. 우리나라 마리나는 이제 출발점에 서 있다.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현재 전국의 마리나항만은 총 33개소 2331선석 규모로, 이는 전체 등록 레저선박의 15.4%만을 수용할 수 있다. 따라서 더 많은 민간 사업자들이 마리나 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없애는 규제완화가 필요하다. 또한 CIQ(세관, 출입국, 검역) 시설을 갖춰 해외 유수의 마리나 선박들을 유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해외 초대형 호화 요트 정박 유치를 위한 국제적인 마리나항의 위상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부산 수영만 요트장처럼 마리나항의 선박계류 규모가 600척 이상 되는 대단위 조성도 필요하다.대한민국의 미래는 내륙보다 더 넓은 바다에서 결정될 수 있다. 경부고속도가 한국 경제발전과 함께해온 것처럼 마리나가 미래 한국경제의 보고(寶庫)가 될 수 있다. 해안선을 잘 활용하고 바다를 보다 깨끗이 보존하면서 해양레저를 즐길 수 있도록 마리나산업을 전개한다면 마리나 분야에 무궁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마리나를 통해 해양르네상스시대를 앞당겨 나갈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힘을 합쳐야 한다. 우리나라가 관광 해양강국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해양정신 함양이 뒷받침 돼야 한다. 마리나 산업 육성이 그 해법이 될 수 있다. 

우종철의 일요논단 | 우종철 자하문연구소장 | 2018-08-13 16:30

관광사업은 ‘원료를 소비하지 않는 산업’이다.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여행과 장소의 변화는 우리 마음에 활력을 선사한다”고 했다. 인간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수단으로서의 관광에 대한 중요성을 일찍이 갈파한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정권의 명운을 걸고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올인하여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 외국인 관광객 유치 목표를 4000만 명으로 설정했다. 이 계획이 불가능하게 보이지 않은 이유는 아베 총리가 2012년 일본경제 재건을 위한 ‘일본재흥전략’을 발표하고 그 핵심 사업의 하나로 관광을 내세운 후 올해는 외국인 관광객 3000만 명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같은 관광객의 급격한 증가는 엔저 효과와 대규모 규제완화 정책의 효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8년 전인 2010년 한국과 일본의 입국자는 각각 880만 명, 861만 명으로 비슷했다. 하지만 7년 후인 2017년 한국과 일본 입국자는 각각 1333만 명, 2869만 명으로 두 배 이상 격차가 벌어졌다. 그 결과 현재 일본은 관광수지가 약 20조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반면에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모두 1333만 명인데 반해 해외여행을 떠난 한국인은 2600만 명으로 두 배가 넘는다. OECD국가 가운데 방문 외국인에 비해 내국인이 2배 이상 외국을 방문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로 인해 여행수지 적자규모는 지난해 15조4000억 원에 이른다. 지도자의 리더십이 어떻게 관광산업의 판도를 바꿔놓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경북이 역사문화 자산이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여행수지 적자를 막는 소임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 하겠다. 이런 현상을 타파하고 ‘관광 경북’으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주역의 계사전(繫辭傳)에 나오는 ‘궁즉통(窮則通)’의 변화와 혁신 철학이 필요하다. ‘관광 경북’이 가야할 좌표는 명확하다. 첫째, ‘연계’가 필요하다. 민과 관의 연계뿐만 아니라 민간사업자 간의 연계, 또한 경북도와 시·군 간의 긴밀한 연계가 이뤄져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둘째, ‘관광은 일자리다’라는 관광관(觀)이 요구된다. 민간주도 및 주민참여형 혁신적 관광일자리 확대·발굴이 필요하다. 셋째, 4차산업혁명시대에 맞게 관광산업의 패러다임을 과감하게 바꿔나가야 한다. 즉 플렛폼사업으로 구조와 운영전략을 바꾸어 관광객 입장에서 올서비스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매출규모 세계 10대 기업 중 삼성전자를 제외한 9개가 플렛폼사업임을 재인식해야 한다. 넷째, 해외 관광객의 다변화를 이루어야 한다. 현재 중국·일본·대만 등 아시아 지역에 편중돼 있는 외국인 관광객의 구성을 미국·유럽·호주 등으로 다변화해야 한다. 다섯째, 골든 루트(서울~제주 등)에 집중된 인기 관광지를 다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자신만의 취향과 방식에 따라 경북을 즐길 수 있도록 ‘엔조이 경북(Enjoy Gyeongbuk)’ 캠페인이 필요하다. 경북 관광의 위상은 외국인-내국인 관광객 모두 국내 7위 수준이다. 외국인 관광객의 경북 방문비율은 2.6%(2016년 기준)로 2013년 이후 점점 퇴보하고 있다. 경북은 ‘관광입도(觀光立道)’라는 도정방침 아래 2022년 ‘동북아 문화관광 중심’과 ‘국민여행 목적지 1위’ 달성이라는 정책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SAY경북(Sprit-Activity-Youth)’의 새로운 슬로건을 걸고 정신문화(Sprit/4대 경북정신-화랑·선비·호국·새마을)에 관광의 옷을 입혀 젊고(Youth) 역동적인(Activity) 경북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경주역-안동역을 새로 단장해 조명을 비춰 천년고도와 유림본산의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하여 경북 관광의 중심이 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손님에 대한 극진한 환대인 ‘오모테나시(お持て成し)’가 일본 관광의 상징이 됐듯이, ‘K스마일(친절)’이라는 이름의 관광전문인재 육성 및 보수과정을 경북문화관광공사 내에 설치해서 관광프로듀서(혹은 관광토털가이드) 교육사업을 펼칠 필요가 있다. 또한 ‘불편한 항공기로 해외로 가시겠습니까, 편안한 KTX로 경북에 오시겠습니까’라는 ‘떠나자 경북으로’ 구호도 필요하다.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 6.13 지방선거 과정에서 ‘경북을 다시 대한민국의 중심으로’라는 슬로건 아래 ‘경북을 세계적인 문화관광의 메카로’ 만들겠다는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최근 한경연(한국경제연구원)이 의미 있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해외여행을 떠나는 10명 중 2명만 국내관광으로 방향을 바꾼다면 약 16만 명의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여행수지 적자 폭탄’을 해소하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해외로 향하는 관광객을 국내로 돌리고 외국 관광객 유치를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공 부분의 불요불급한 해외여행을 자제하고 경북 관광의 해외 인지도를 향상시켜 세계인이 찾는 매력 있는 관광환경 조성을 역사문화 중심지인 경북에서부터 시작하길 기대한다. 

우종철의 일요논단 | 우종철 자하문연구소장 | 2018-08-03 10:29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7월 11일 제2차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지방은 급속한 고령화와 인구감소를 겪고 있고, 이는 여러 폐해를 준다”며 “그 가운데 경제적 폐해를 보완하는 가장 유력한 방법이 관광진흥”이라고 밝히며 “관광 살리기는 국가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지자체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진국 경제가 호황인데 한국 경제만 불황이다. 우리 경제가 전방위로 수출, 투자, 소비, 고용 등 경제지표마다 추락하고 있다. 경기를 가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4개월 연속 하락세여서 하반기에 급격한 경기침체가 올 것이란 OECD 경고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3.0%에서 2.9%로 하향 조정했다. 취업자 증가 폭은 전년 대비 애초 32만 명 창출을 목표했지만, 절반 수준인 18만 명으로 대폭 낮췄다. 이러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이 총리가 관광 진흥으로 내수 진작과 일자리 창출을 지자체장들에게 당부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하겠다. 미래학자 존 네이스비츠는 “21세기의 미래산업은 정보, 환경, 관광산업이 될 것”이며 “한국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여행·관광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일본의 재정경제자문회의도 향후 일본경제를 이끌어갈 핵심산업으로 관광과 농업을 제시했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는 2012년 제2차 내각 출범 직후 일본경제 재건을 위한 ‘일본재흥전략’을 발표하고 그 핵심 사업의 하나로 관광을 내세우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 결과 관광소국에서 관광대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올해 일본을 찾는 해외 관광객 수가 연간 30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관광 차 출국하는 내국인이 입국하는 외국인보다 두 배 많은 관광산업의 기형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그 결과 작년 한국은 인구의 절반인 2600만 명이 해외로 나가서 돈을 썼지만, 우리보다 인구가 2.5배 많은 일본은 1900만 명(인구의 15%)만이 해외여행을 했다. 우리나라 관광수지는 2001년 이후 17년째 적자가 계속되고 있고, 특히 지난해 관광수지 적자는 15조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 적자를 냈다. 15조원은 올해 대구·경북의 국비예산 합계액이나 삼성전자를 위시한 매출액 상위 10대 기업의 법인세 총액보다 큰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 과소비는 유별나다. ‘수출로 열심히 번 돈을 해외서 펑펑 소비한다’는 말이 최근 관광 트렌드를 잘 나타내 준다. 관광수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방책(方策)은 먼저 내국인의 외국관광을 줄이는 일이고, 다음은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국내 관광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일이다.문화관광 진흥은 지방의 급속한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인한 지역경제 쇠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10억 원을 투자했을 때 늘어나는 취업자가 제조업에서는 8.8명이지만, 관광업에서는 18.9명이나 된다. 관광은 고용유발효과가 매우 높고 소비와 유통을 늘리고 생산을 자극하는 단기적인 효과가 있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 올해까지 17조 원이 넘는 국민 혈세를 쏟아붓고도 취업자 증가 목표를 절반으로 낮춘 데 비춰볼 때 관광 진흥이 답이 될 수 있다.  국내 관광산업의 기회요인도 증가하고 있다. 노동시간이 단축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work-life-balance)’이 새로운 트렌드로 확산되고 있다. 이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 ‘관광입국(觀光立國)’이라는 기치 아래 관광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추진해야 한다. 서비스 산업의 규제를 철폐하고, 관광의 기본 요소인 먹거리·볼거리·체험거리·잠자리 4대 요소를 충족시키고, 인프라와 콘텐츠가 다양하게 채워지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바가지요금 등 국내여행 동기를 해치는 요인을 개선하고, 골프장 특소세 인하 등으로 해외로 나가는 골퍼들을 국내로 돌릴 필요가 있다. 또한 초·중·고 수학여행의 영호남 교류나 근로자 휴가지원 제도의 대폭 확대가 필요하다. 이외에 △베트남과 동아시아 등 성장시장 집중 마케팅을 통한 관광 다변화 △의료 웰니스(미용·성형 등을 결합한 의료 관광), 럭셔리 관광 등을 통한 관광의 질 향상 △한류체험 프로그램 개발 등 문화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이번 여름휴가가 문화관광 진흥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길 희망한다. 학계와 업계에서는 “올해 여름휴가 여행은 작년보다 심한 국내여행 부진, 과도한 해외여행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결국은 국내여행의 활성화가 문제의 핵심이다. 국내여행이 부진하면 해외여행이 늘어나기 마련이고, 그렇게 되면 관광수지적자는 영원히 줄일 수 없게 된다. ‘우리 집의 단 복숭아나무는 버려두고 온 산을 돌아다니며 똘배를 따고 다닌다’는 말이 있다. 통일신라가 세계에서 두 나라 밖에 없는 천년제국이고, 수도 서라벌이 8~9세기 세계 4대도시의 하나였다는 역사를 아는 국민이 많지 않다. 차제에 ‘휴가+국내로’, ‘내 고장 먼저보기’ 등의 ‘국내관광 활성화 캠페인’을 전개해보면 어떨까. 

우종철의 일요논단 | 우종철 자하문연구소장 | 2018-07-19 09:21

전 방위로 확산되는 미국발(發) 통상공세로 기업들은 숨 가쁘다. ‘이란 돌발변수’는 설상가상(雪上加霜)이다. 미국이 이란과의 핵협정(JCPOA) 탈퇴를 선언하고 11월부터 이란산(産) 원유 수입국을 제재하겠다고 나섰다. 철강업계, 자동차업계에 이어 정유업계도 발등에 비상이 걸렸다. 우리나라는 작년 기준으로 원유 수입물량 중 이란산 비중이 13.2%에 달한다. 졸지에 당한 일이라 단기간에 수입처 다변화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러한 ‘통상 태풍’에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보호무역 파고’는 국가적 재앙이 될 수 있다. 국가적 난제인 통상현안에 대한 방향 설정이나 대책 마련에 대해서는 정부가 기업의 의견을 들어보고 해법을 찾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정부가 과연 기업과 제대로 소통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가뜩이나 새 정부 들어 주눅이 들어있는 기업 쪽에서 볼멘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통상당국을 중심으로 외교·민간 라인 등을 총가동해서 보호무역의 파고를 넘어야 한다. 세계 경제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우리 경제성장률이 장기적으로 하향추세에 있다는 건 분명한 현실이다. 반도체 업종과 상위 기업 몇몇을 제외하면 상당수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국익을 지켜낼 ‘통상외교 실력’이 요구되는 때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가 간의 관계가 틀어질 때는 통상적인 방식뿐만 아니라 특사(特使)나 비밀 민간사절 카드가 동원된다.중국 춘추시대 제(齊)나라는 ‘춘추 5패(五覇)’ 중 첫 번째 패자가 되었다. 전국시대에는 전국칠웅(戰國七雄)의 하나로 강성한 국가였다. 제나라가 이처럼 강국으로 성장한 바탕에는 관중과 안영(晏嬰, 안자晏子) 같은 명재상의 활약이 있었다. 관중은 환공을 도와 춘추시대 초반을 주도했고, 안영은 영공, 장공, 경공 세 임금을 절검(節儉)과 역행(力行)으로 보좌하여 국가의 위상을 높였다. 사마천은 “만일 자신이 안영과 같은 시대에 살고 있다면 그의 마부가 되어 채찍질하는 것을 자랑스레 여길 것”이라고 안영을 추앙한 바 있다. 약육강식의 패권질서 환경 속에서도 안영의 탁월한 외교능력과 전략은 시대를 초월한 전범(典範)이 되었다.안영의 외교관으로서의 주체성과 당당함을 보여주는 몇 가지 일화가 전해진다. 춘추5패 가운데 강국인 초(楚)나라 사신으로 갔을 때의 일화이다. 안영은 단신에 볼품없는 외모였다. 사신을 얕잡아 본 초나라 대신은 대문 대신 쪽문으로 가도록 안내했다. 안영은 “개(狗)나라에 사신으로 왔으면 개구멍으로 들어가겠지만, 초(楚)나라에 사신으로 왔으므로 그리할 수 없다”고 응수하여 대문을 통과했다. 초나라 영왕(靈王)은 “제나라에 그렇게 인물이 없느냐”고 안영의 단신과 외모를 빗대 수모를 주자, 안영은 “제나라는 상대국 수준에 맞게 사신을 파견하는데, 자신은 하등(下等)의 인물이기 때문에 초나라 사신으로 왔다”고 역공했다. 초왕이 안영과 함께 거리를 걷는데 관원이 죄수 한사람을 묶어 끌고 왔다. 초왕이 “어디 사람이며 무슨 죄를 지었느냐”고 묻자 관원은 “제나라 사람인데 도둑질을 하다 잡혔다”고 대답했다. 초왕은 “제나라 사람들이 도둑질을 잘하는 모양이구나”하고 말하자, 안영은 “강남에 귤을 강북인 우리 제나라에 옮겨 심었더니 귤이 열리지 않고 탱자가 달렸습니다. 환경 탓이지요. 제나라 사람들은 도둑질을 모릅니다. 그런데 제나라 사람이 초나라에 와서 도둑질을 했다면 그 역시 초나라 환경 탓이겠지요”라고 받아쳤다. <안자춘추>에 나오는 유명한 ‘귤화위지(橘化爲枳)’의 고사이다.  한반도 정세가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롭다.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후 3주가 지났지만 북한의 비핵화는 진전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동해선·경의선 철도 연결 및 현대화를 위한 공동연구조사단 구성 등 남북경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선(先) 비핵화-후(後) 경협’ 원칙에 위배된다. 유엔 대북제재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대북제재가 풀리기 전까지 성급한 경협은 자제돼야 하며 주어진 시간에 체계적인 경협 방안의 준비를 차분히 해나가야 한다. 연합훈련 않는 동맹은 ‘죽은 동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방부가 한·미 연합훈련은 물론 국군 단독훈련도 중단·연기했다. 나아가 첨단무기 개발을 보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훈련하지 않는 군대는 패배하기 마련이다. 군이 들떠서 이 같은 선제 조치로 안보를 자해(自害)하면 ‘송양의 인(宋襄之仁)’처럼 나라는 위태로워진다. 군사 분야는 외교, 체육, 문화, 경제 분야의 교류가 충분히 진전된 후 마지막 단계로 따라가야 한다. 평화협상 등이 진행될 때, 협상 결렬에 대비하기 위해 더 강력한 국방태세로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군(軍)의 기본적 태세다. 우리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지켜야 한다. 투철한 안보의식과 강력한 방위능력만이 나라를 지킬 수 있다. 김정은의 호의와 선택에 나라의 운명을 맡기는 우(愚)를 범해선 안 된다. 비핵화의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위의(威儀)도 지키고 실리도 거둘 수 있는 안영 같은 명 외교관은 없는 것인가.  

우종철의 일요논단 | 우종철 자하문연구소장 | 2018-07-06 09:44

6.13 지방선거 결과는 역대 최악의 보수 야당 궤멸이다. 기존 우파 지지층조차 등을 돌린 보수 야당 스스로 자초한 결과이다. 한국당은 17개 시·도 지사 중 대구·경북을 빼고 한 군데도 이기지 못했다. 바른미래당은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의 ‘3위’ 낙선이 말해주듯 존재 이유가 없어졌다. 민주당은 서울·경기·인천 기초단체장 66석 중 무려 62석을 석권했으며, 광역의원도 824명 중 652명(79.1%)을 차지했다. 여권은 중앙권력에 이어 지방권력까지 장악했다. 범여권 의석은 156석까지 늘어났으며, 사법부도 친(親)정권적으로 재편되고 있다. 2016년 총선과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 지방선거까지 3연패를 당한 ‘한국당 궤멸’의 원인을 복기(復棋)해 보자. 2년 전 20대 총선에서 집권당인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은 180석을 장담하다가 ‘옥쇄 들고 나르샤’ 등 공천 파탄으로 몰락의 길을 자초했다. 그 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사태에 소속당 의원들은 정권과 당이 무너져도 자신만 살자고 탈당과 탄핵 찬성이라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을 걸었다. 대통령 탄핵 후에는 책임지는 의원이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복당한 의원들은 백의종군(白衣從軍)하지도 않고 당의 간판으로 기용됐다. 홍준표 대표가 막말을 하고 사천(私薦)을 하고 당을 전횡해도 113명 국회의원 중에 중진 몇몇을 제외하고는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당은 망하든 말든 자신의 안위(安危)만 걱정하면 그만이었다. 무기력한 보신(保身)주의 에 빠진 당이 민심의 철퇴를 맞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가 지난 14일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안철수 전 의원도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김무성 의원과 윤상직 의원은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무성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당 대표를 하기 위한 수순이 아니길 바란다.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분열과 직접 관련된 인사들과 원로들을 비롯한 중진들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보수 야당 재건을 위해 총선 불출마 선언(정계 은퇴)을 해야 한다. 그 자리에 건전한 중도-보수 가치관을 지닌 젊은 인재들을 영입해 당에 청신한 새 바람을 불어넣어야 한다. 2년 뒤 총선에서 한국당 의원 전원을 바꾼다는 각오로 임하지 않으면 우파 야당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보수 야당은 붕괴했지만 보수우파가 궤멸한 것은 아니다. 제1야당의 존재이유는 정부와 집권당의 독주를 견제하는데 있다. 진보-보수, 좌파-우파 양쪽의 날개로 나는 정치가 건강하다. 보수 야당의 몰락은 한국 정치에 재앙이다. 때문에 이제는 보수 야당 재건이 과제이다. 그런데 일모도원(日暮途遠), 앞길은 첩첩산중이다. 비상대책기구를 중심으로 완전히 당을 해체하고 새롭게 태어난다는 각오로 근본부터 바꿔야 한다. 이념과 정책을 시대에 맞게 고치고, 청년들이 매력을 느끼는 보수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여 재창당 차원의 혁신을 해야 한다. 그래야 합리적인 중도 보수 등 제(諸) 세력이 당에 노크할 것이며, 떠나간 국민의 지지가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한국당의 정체성 재확립이 우선이며, 바른미래당 등과의 보수 대연합은 그 다음의 문제이다. 한국당이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당 내부에서 개혁과 쇄신의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 보수 재건은 처절한 반성과 자기희생이 출발점이다. 정종섭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당 초선의원들이 ‘당 중진들의 정계 은퇴 촉구’를 요구하며 정치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용기 있는 결단이다. ‘당을 바꾸자’는 이들의 주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진정성이 있는지 없는지는 이들이 ‘자기 책임과 희생’을 전제로 하고 있는지 살피면 된다. 한국당은 시한부로 당권은 ‘대권-당권 분리’로 가야 한다. 그것이 당의 화합과 결속, 외연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다. 차기 당 대표는 보수의 품격, 선당후사의 자세, 신상필벌의 원칙을 지킬 수 있는 인물이 돼야 한다. 대통령탄핵과 연관된 사람은 안 된다. 탈당을 결행했다가 복당한 사람은 더욱 안 된다. 차기 당 대표의 시대적 소명은 천하의 인재들을 영입해서 공정한 대선후보 경쟁이 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주는 데 있다. 또한 문재인 정부의 남북 교류 확대, 한미동맹 균열,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을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해 자유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공부하는 보수’를 만들어야 한다. 독일은 브란트 이후 통일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국가부흥과 국민행복을 추구했다. 그 결과로 통일이라는 대어를 낚았고, 오늘날 유럽의 주인공이 되었다. 독일 부흥과 통독의 바탕에는 유아기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으로 실시한 철저한 ‘국민정치교육’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당은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이념적 가치와 현대 한국사발전 정신과 전략을 간과하고 막연히 북한의 군사적 위협만으로 표를 얻고 정권을 이끌어 왔다. 앞으로는 한국식 민주시민정치교육을 강화하여 보수우파 세력의 이념적 토대부터 굳건히 구축해나가야 한다. 그리하여 새로운 보수에 대한 갈망이 국민들 사이에서 요원의 불길처럼 일어나 바닥 친 우파 야당이 재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종철의 일요논단 | 우종철 자하문연구소장   | 2018-06-18 14:05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은 마구 튀는 스타일에서 닮은 점이 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언하자 “전에 들었던 말일 테니 통역 들을 필요 없다”며 동맹국 대통령에 대한 외교적 무례를 범한 트럼프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원 확약에 힘입어 어께에 힘이 잔뜩 들어가 4.27 판문점 회담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은 김정은이다.이 두 사람은 동상이몽(同床異夢)의 샅바싸움에 올인하고 있다. 트럼프는 ‘원샷 비핵화’를 요구하며 김정은의 안전보장을 보상책으로 제시한 반면, 김정은은 비핵화의 단계를 늘리고 속도를 늦추며 더 많은 경제보상을 끌어내길 원하고 있다.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롭던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이 취소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공개한 서한에서 “현 시점에서 회담이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당신의 발언에서 보인 엄청난 분노와 공개적인 적대감에 근거하면, 오랫동안 준비해 온 이번 회담이 열리기에는 지금은 부적절한 시기라고 느낀다”고 말했다.북한이 외부 전문가는 배제된 채 보여주기식 이벤트로 진행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쇼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미국을 비난하고 공개적으로 회담을 구걸하지 않겠다는 등의 시간벌기용 ‘살라미전술’을 전개했지만 트럼프는 불한당의 배짱에 굴복하지 않았다. 온 국민과 세계인이 기대했던 미·북회담이 무산돼서 매우 안타깝다. 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역사적 과제는 아직도 요원하다. 세계 평화를 위해 미·북 간에 입장 차이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서 다시 미·북회담이 정상화되길 바란다. 트럼트 대통령의 서한에는 미·북회담의 여지를 아예 봉쇄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이제 ‘북핵’과 ‘한반도 위기’만 남게 되었다. 한·미 공조와 남북관계 재조정에 대한 플랜B가 시급한 이유다. 미국 언론 일각에서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한국의 ‘과대포장(overselling)’이 문제라는 ‘한국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미·북회담 취소의 가장 큰 원인은 김정은의 2차 방중 이후 돌변한 북의 태도와 오판에 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김정은은 더 이상 벼랑끝 전술에 기대지 말고 비핵화를 통한 평화의 길에 나서야 한다. 핵을 움켜쥔 채로는 국제제재를 피할 수 없고, 고립된 경제로는 북한의 활로는 물론 자신의 안전도 도모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향후 보다 냉철한 대북접근이 필요하다. 4.27 판문점 회담부터 일방적 북한 바라기에 매달려온 안보외교라인을 일신해야 한다. 다시 국내 경제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문재인 정권의 1년은 탈선과 폭주의 ‘잃어버린 1년’이 됐다. 적폐청산의 기조 하에 이념투쟁으로 날이 새고 날이 진 ‘역주행의 1년’이었다. 세계경기가 호황인데도 불구하고 청년실업은 11%로 치솟고 실업률은 1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금융위기 이후 최저인 70%에 불과하다. OECD발표에 따르면 경기선행지수가 9개월째 하락하고 있어 제3의 경제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모든 것은 최저임금 인상, 정규직화, 근로시간 단축 등 반시장 정책에 따른 생산 비용 급등에 따른 일자리 감소 때문이다. 지난 1년간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에서만 고용이 9만 명 가까이 줄었다. 경제학 교과서에 없는 ‘소득주도성장’이 가져온 혹독한 경제실험 성적표이기도 하다. 여기에다 금리, 원화가치, 국제유가가 상승하는 ‘신3고’ 환경이 갈 길 바쁜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상황이 이런데도 청와대는 “최저임금이 고용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하며, “고용이 크게 늘지 않는 것은 생산가능인구가 줄어서 그렇다”고 한다. 이것은 책임회피를 위한 지록위마(指鹿爲馬)와 다를 게 없다. 이는 정책 책임자들이 포퓰리즘에 경도되어 외눈박이 눈으로 경제를 잘못 진단하고 있다는 증좌이다. 불확실한 비핵화 성과가 경제 실정(失政)을 덮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이제부터라도 문재인 정부는 북의 비핵화와 경제를 모두 살피는 투 트랙 정책에 나서야 한다. 산업구조를 글로벌 분업 체계에 맞추고 고용유발 효과를 키울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강성귀족 노조가 가로막고 있는 노동개혁에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더 이상 현 정권탄생에 기여한 지분을 행사하려하는 오만한 민노총에 끌려 다녀서는 정권의 미래가 없다. 그리스의 철학자 디오니시오스는 “나라를 멸망시키는 가장 가까운 길은 선동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패거리 정치와 대중영합주의가 판치고 있는 오늘의 대한민국 정치에서 새겨봐야 할 말이 아닌가. 

우종철의 일요논단 | 우종철 자하문연구소장 | 2018-05-25 09:41

지난 5월 10일로 출범 1년을 맞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평가는 대북정책을 포함한 외교·안보는 선방했다 할 수 있다. 역사적인 4.27 판문점 회담과 미북회담을 끌어낸 것은 평가할 만하다. 반면 경제분야는 낙제점 수준이다. 지난해 3.1% 성장률이 올해는 2%대 후반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일자리 창출은 ‘일자리 대란’으로 번지고 있다. 실업자 수도 126만명을 넘어섰다. 제조업 가동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70% 초반으로 하락한 것도 심상치 않다. 문 대통령은 경제분야의 실패를 인정하고 원인 규명과 바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위험한 정책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일자리를 감축시키는 ‘최저임금의 역설’이 되었다. 노동시간 감축과 정규직 고용 증대는 노동생산성 향상을 통한 기업 수익의 증대가 전제돼야 한다. 고용안정도 중요하지만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동개혁, 구조개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경제난을 타개해 나갈 수 없다. 세계 좌파 정부 대부분이 세금으로 ‘퍼주기 복지’를 펴다가 파국을 맞았다. 최근 아르헨티나가 IMF에 손 벌리고 뒤늦게 ‘친(親)시장’ 러브콜 하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최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남북) 평화협정이 체결된 뒤에는 한반도에서의 주한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가 부정적 여론이 비등하자 “주한미군 철수를 얘기한 적이 없다”고 슬그머니 발을 뺀 적이 있다.야권(野圈)은 심심하면 터지는 문 특보의 돌출발언은 청와대와 교감 하에 대통령의 속마음을 대변하는 계산된 발언이라고 보고 있다. 평화회담이 오히려 전쟁의 전주곡이 된 평화회담 ‘잔혹사’를 망각해선 안 된다. 베트남전쟁은 ‘파리평화협정(1973년 1월)’로 종결됐다. 미군이 종전(終戰) 2개월 만에 베트남에서 모두 철수하자, 2년 뒤 월맹은 기습적인 남침을 감행했다. 월맹이 ‘파리평화협정’을 파기하면 월맹을 쓸어버리겠다던 ‘미-베트남 방위조약’은 지켜지지 않았고, 전쟁 50일 만에 베트남은 패망했다.영국 체임벌린 총리, 독일 히틀러 총통, 프랑스 달라디에 총리, 이탈리아 무솔리니 총리는 독일의 체코슬로바키아 영토 수데텐란트 점령을 다른 3국이 용인하는 대신 히틀러가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뮌헨협정(1938년 9월)’에 서명했다. 그러나 1년 뒤 히틀러는 폴란드를 침공해 2차 대전을 일으켰다. ‘4.27 판문점 선언’의 내용 중 ‘남북 간 적대행위 중지’, ‘불가침 합의’, ‘연내 종전선언’과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등은 새로운 합의가 아니다. 추상적인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제외하면 어디에도 북한의 핵 포기 약속을 담보할 조치는 눈에 띄지 않는다.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의 ‘10·4 공동선언’에도 ‘군사 적대관계 종식’‘한반도 전쟁 반대와 불가침의 확고한 준수’‘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종전선언 추진’이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북은 남북정상회담을 헌신짝처럼 짓밟고 핵무기를 완성했고, 거듭된 무력도발로 한반도 위기를 증폭시켜왔다. ‘종전선언, 평화협정’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모두 바라는 것이지만, 힘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휴지조각에 불과하다.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체제로 전환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북한의 선 조치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그것은 한반도 적화통일을 분명한 목표로 규정한 북한의 ‘유일영도 10대원칙’과 ‘조선노동당 규약’ 등을 폐지하고 ‘영구적 핵 폐기’를 해야 한다. 그 다음 미국과 중국, 일본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합의와 국민적 동의가 있어야 한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면 정권교체를 시도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보증에 기댈 수 없어 쉽게 핵을 포기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핵무기나 핵물질은 너무 작다. 북한이 제시한 자료에 따른 검증만 가능할 뿐이지 완벽한 비핵화는 불가능하다. 북한의 핵 과학자가 남아있는 한 해체된 것들은 다시 지어질 수 있다. 영구적 북핵 폐기는 아직 시작도 못했다. 주한미군은 영구적 북핵 폐기 후는 물론 통일 이후에도 한반도에 주둔해야 한다. 중국은 한반도에 영토적 야심을 갖고 있으며, 일본도 호시탐탐 우리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평화는 조약이나 회담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스스로 전쟁을 막을 힘을 갖지 못하면 평화를 지킬 수 없다. 섣부른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전환은 국가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 5월 22일에 예정되어 있는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주한미군은 영구적 북핵 폐기나 평화협정과 무관하게 주둔한다”는 양국 대통령의 명확한 발표가 있어야 한다. 또한 탄도미사일, 생화학무기, 납북자 송환 등 핵과 함께 폐기할 대상으로 북의 약점을 찔러 김정은이 ‘단계적 북핵 폐기’ 협상전략을 구사할 여지를 사전에 봉쇄해야 한다. 

우종철의 일요논단 | 우종철 자하문연구소장 | 2018-05-11 10:03

조선조 ‘구정승 신정승’의 유명한 야사 한 장면을 살펴보자. 구치관(具致寬)이 처음 우의정에 제수됐을 때 세조는 당시 영의정이었던 신숙주(申叔舟)를 함께 불러 축하 술자리를 베풀었다. 그리고 자신의 질문에 바르게 답하지 못하면 벌주를 먹어야 한다는 흥미로운 제안을 했다. 먼저 세조가 “신정승”하고 부르자 신숙주가 “예”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세조는 “신(新)정승을 불렀는데 왜 신(申)정승이 대답하느냐”며 벌주를 주었다. 다음엔 세조가 “구정승”하고 부르자 구치관이 “예”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세조는 “구(舊)정승을 불렀는데 왜 구(具)정승이 대답하느냐”며 또 다시 벌주를 주었다. 다시 세조가 “신정승”을 부르자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에 세조가 “임금이 부르는데 신하가 감히 대답을 하지 않는다”며 두 정승에게 모두 벌주를 주었다. 풍류와 해학 그리고 군신 간의 격의 없는 술자리와 국정운영의 이면을 잘 나타내주는 명장면이다. 세조는 이 같은 소통의 장을 만들어 신(新)-구(舊) 정승이 화합 협력하여 조정을 잘 이끌어달라는 무언의 당부를 한 것이다. 이처럼 신-구의 조화로 국가 사회는 발전하고 역사는 전진하는 것이다.그런데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교롭게도 여야 모두 ‘심판론’을 꺼내들고 있다. 여당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구적폐’ 청산뿐만 아니라 지방권력을 교체해야 진정한 정권교체가 이뤄진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경제·행정·사법·언론·교육 등 실정(失政)에 대한 정권심판론과 ‘신적폐’ 청산을 내세우고 있다. ‘적폐(積弊)’의 사전적 의미는 오랫동안 쌓인 관행·부패·비리 등의 폐단을 말한다. 이를 뿌리 뽑으려면 국가 전반의 혁신과 개조가 필요하고, 관련 책임자에 대한 문책과 처벌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어느 정권이나 임기 말이 되면 크고 작은 적폐가 켜켜이 쌓이게 마련이다. 그래서 수평적 정권교체가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적폐청산에는 대상에 따른 차별이나 경중(輕重)이 있을 수 없다. 과거 정권의 적폐는 처벌의 대상이 되고 현 정권의 적폐는 축소·은폐의 대상이 되면 정치보복이 되고 법치가 무너진다. 오늘의 적폐청산 주체가 내일은 적폐청산 대상으로 전락하는 것이 세상의 이법(理法)이다. ‘일중즉이 월만즉휴(日中則移 月滿則虧,해가 중천에 뜨면 서쪽으로 기울고 달도 차면 이즈러진다)’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 것이다. 신적폐가 구적폐보다 더 엄중한 사례를 살펴보자. 현 정부 출범 후 ▲원전 졸속 중단 ▲최저 임금 급속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소득주도 성장으로 사회주의 배급제도 추진 ▲퍼주기 복지로 SOC예산 삭감 ▲세금으로 공무원 일자리를 17만개 증원 ▲청년실업 대란 등은 대표적인 경제 실정 사례다. 참여연대 출신 62명이 청와대 실장, 수석을 비롯하여 장관 등으로 임명되어 ‘문재인 정부와 참여연대 공동정부’라는 비유가 나온다(중앙일보). 그리고 공공기관 새 상임감사 63%가 ‘캠코더(대선캠프·코드인사·더불어민주당 출신)’에 의해 전리품 나누듯 배분되고 있다(문화일보). ‘노골적인 코드 훈장’도 문제다. 훈장 3순위 이석태 전 민변회장이 훈장 1순위 보수성향 하창우 전 변협회장을 제치고 지난 25일 ‘법의 날’ 기념식에서 최고 등급 훈장인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이런 것들이야 말로 적폐 중의 적폐의 전형이라 하겠다. 최근 ‘김영란 법’ 제정에 앞장선 김기식이 피감기관 돈으로 여비서와 단 둘이 여러 번 외유를 다녀왔을 뿐 아니라 자기가 운영하는 연구소에 후원금을 기부하고 이를 월급으로 타 쓰는 편법을 저질러 금감원장직에서 물러났다.또한 과거 정권의 국정원과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관련자들은 모두 구속되었는데, 이번 ‘드루킹 게이트’의 중간총책 김경수 의원과 문재인 정권의 관련자들은 앞으로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국민은 예의 주시하고 있다.더 황당한 것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문제의 당사자인 김기식을 “황희 정승 같은 사람”이라고 감싸더니, 김경수 의원을 “멋있다”고 칭송했다. 여권 전체의 ‘내로남불’식 도덕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오만방자한 사례고, 좌파 지지자들의 표만 얻으면 된다는 국민을 업신여기는 방약무인(傍若無人)의 자세다. 문재인 정권은 신적폐 청산은 오불관언(吾不關焉)하고 구적폐 청산에만 올인하고 있다. 이래서는 정권의 동력을 얻을 수 없다. 구적폐 청산을 빙자한 무자비한 정치보복은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 1주년 지지율은 68.5%, 같은 시기 김영삼 전 대통령 지지율은 69.5%였다. 지지율은 신기루 같은 것이다.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취한 오만한 집권 여당은 6.13 지방선거에서 어쩌면 그 높은 지지율만 믿다가 천인단애(千仞斷崖, 천 길이나 되는 깎아지른 듯한 벼랑)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자유한국당이 당사에 “우리도 그래서 망했다”는 배경막을 건 이유이기도 하다. 

우종철의 일요논단 | 우종철 자하문연구소장 | 2018-04-27 10:52

“차기 대선에 보수를 대표할 가능성이 있는 인물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선뜻 답변을 하지 못하는 게 현재의 정치 상황이다. 이것은 보수정당의 위기가 얼마나 뿌리 깊은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지금 보수·중도·진보의 이념지형이 진보 쪽으로 많이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어버린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단지 보수가 보수라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을 뿐이다.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보수우파층이 두텁다. 이유는 6.25 전쟁의 경험과 분단으로 인한 안보위협 때문이다. 나아가 북핵 위기로 ‘생존본능’이 강해진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좌파 정부 출범 이후 무차별적으로 진행된 ‘적폐청산’ 작업이 ‘보수궤멸’이라는 목표를 위해 조자룡의 헌칼 쓰듯이 남용되고 있다.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10대 경제대국으로 끌어올린 주체가 ‘보수’이다. 때문에 보수의 궤멸은 곧 대한민국의 궤멸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보수의 궤멸은 보수정당의 궤멸일 뿐이며 보수는 적폐세력이 아니라 여전히 건재하다 하겠다. 한국의 보수우파는 전쟁을 막고 남북통일을 위해, 그리고 통일 이후 동북아의 주역이 되기 위해 양면적 대결을 전개해야 한다. 대외적으로는 동족의 자유와 인권을 유린하고 민족을 파괴하는 공산독재 조선로동당을 제압하고, 대내적으로는 실패한 주체사상에 경도된 종북좌파 세력의 준동을 막고 국가를 주도해나가는 길이다.TK는 보수우파의 고향이자 중심지이다. 지금껏 TK가 ‘보수의 심장’ 등으로 불린 데는 TK지역이 산업화 과정에서 관료엘리트와 기업엘리트와 함께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 덕분이었고, 이에 보수우파층이 TK 정치권에 비교적으로 관대함을 가져왔던 것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를 맞으면서 보수정당이 무너져 내리고 TK가 지리멸렬하게 되어 TK가 보수정당의 궤멸과 궤적을 같이 하는 정체성 위기에 직면해 있다. 심리적으로 TK지역으로 쪼그라든 자유한국당은 오는 지방선거가 ‘보수혁신’의 새로운 출발점이자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제 보수우파는 성장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개혁과 분배의 가치도 과감히 수용하는 생활 중심의 새로운 보수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하여 ‘위대한 대한민국의 역사’를 계승·발전시켜나가야 한다.오는 6월 13일 지방선거는 문재인 정권의 중간평가 선거이다. 단순히 단체장과 의원을 뽑는 선거가 아니라 나라의 노선(이념)을 좌우하는 선거이다. 현 정권이 승리해서 좌편향 노선을 질풍노도처럼 휘몰아칠 것인가, 보수우파가 승리해서 좌파 광풍에 급제동 브레이크를 걸 것인가를 판가름하는 선거이다.따라서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적어도 보수 재건의 기반은 만들어야 한다. 이른바 ‘TK의 역할론’이 그것이다. 그래야 보수층의 통합을 이뤄 친북반미 노선의 현 정부를 발전적으로 견제할 수 있고 자유민주주의를 끝까지 수호하고 시장경제를 지켜낼 수 있기 때문이다. TK지역 주민들은 대구·경북은 걸출한 인물들이 많이 나와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탈바꿈하는 데 큰 역할을 했고, 5명의 역대 대통령을 배출한 대구·경북이 ‘대한민국의 중심’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반면 이명박-박근혜 정부로 이어진 ‘TK정권’ 9년 동안 대구·경북이 양보만 했지 덕본 것이 뭐가 있느냐는 상대적 박탈감도 저변에 넓게 깔려 있다. 지난 4월 9일 자유한국당 대구시장·경북지사 후보가 경선으로 확정됐다. 한국당의 이번 TK지역 경선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본선을 방불케 한 예선을 통과한 권영진 대구시장·이철우 경북지사 후보는 경선과정의 갈등과 이견을 지역발전의 용광로에 녹여내는 포용과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또한 대구 공항이전, 물 클러스트 조성, 원전 및 지진대책,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 등 주요 현안은 TF팀을 구성해서 공동 대응하면 좋을 것이다.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이철우·권영진 후보는 먼저 탄핵사태 이후 일방적으로 수구꼴통이라고 매도당하고 터지고 깨지기만 하는 TK의 자존심 회복에 앞장서야 한다. 2004년 천막당사 정신으로 돌아가 풍찬노숙을 자처하며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나아가 TK의 새로운 시대적 역할과 보수우파의 건전성을 찾아내 보수우파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반을 다져야 한다. 그것은 화랑정신-선비정신-호국정신-새마을정신으로 대표되는 ‘TK정신’을 바탕으로 건강한 보수우파를 대구경북에서 먼저 혁신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아가 우리 전통의 아름다운 가치를 지켜 경주 최부자의 가치인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에도 앞장서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TK가 보수의 심장이라는 호칭은 보수우파 정당의 몰락과 함께 사라질 것이다. 

우종철의 일요논단 | 우종철 자하문연구소장 | 2018-04-12 10:35

선진국의 기로에 선 대한민국은 지금 국가존망지추(國家存亡之秋)의 벼랑 끝에 서있다. 세대·계층·이념·지역 갈등으로 사회불안의 온상이 된 ‘국민통합위기’, 북핵과 주변 4강의 위협, 내부의 적인 종북세력의 반체제 활동에 의한 ‘국가안보위기’, 신3저(저성장·저물가·저출산)와 고령화·양극화·청년실업 등에 의한 ‘경제위기’, 그리고 ‘부정부패위기’, ‘사회안전위기’ 등 ‘5대 국가위기’가 갈 길 바쁜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 중 국가안보위기와 경제위기는 대한민국의 존망(存亡)을 결정하는 중요한 사안이다. 국가안보는 좌파-우파 이념과는 무관한 이념을 초월한 가치로 물과 공기처럼 소중한 것이다. ‘천하흥망 필부유책(天下興亡 匹夫有責, 천하가 흥하고 망하는 것은 보통사람에게도 책임이 있다)’이란 말처럼 국민 개개인 모두가 국가안보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경제는 국가안보를 지탱해주는 동인(動因)으로 경제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 군사력은 존재할 수 없다. 국가부채란 중앙정부가 갚아야 할 ‘국가채무’와 공무원·군인에게 장래에 지급할 ‘연금부담’ 등을 합한 금액이다. 작년 우리나라 국가부채가 1555조8000억 원에 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 나라 빚을 인구수로 나눈 1인당 국가부채는 3024만 원에 이른다. 국가부채가 급증한 이유는 공무원·군인연금의 지급부담이 1년 사이 93조원 넘게 늘어난 것이 원인이다. 공무원·군인연금 부담은 845조8000억 원으로 전체 국가부채의 54%를 차지한다. 작년 전체 국가부채 증가분 122조7000억(2016년 대비 8.6% 증가) 가운데 공무원·군인 연금부담이 76%에 이르렀다. 정부가 도로·항만 등을 건설하거나 복지사업을 추진하는 데 늘어난 빚보다 공무원·군인의 노후를 책임지기 위해 생기는 빚이 더 많은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세금으로 공무원 일자리를 17만개 늘리겠다는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해 공무원 17만4000명을 더 뽑으면 국민 세금이 327조원(30년 근속 기준) 넘게 든다고 추산했다. 공무원 1인당 인건비가 17억3000만원씩 들어간다는 것이다.시장에 맡겨 해결책을 찾는 시장경제를 지지하는 우파 경제관과 정부가 관여하고 통제하는 정부개입을 지지하는 좌파 경제관은 작은 정부와 큰 정부의 논쟁에서 크게 충돌한다. 큰 정부가 야기하고 있는 재정파탄, 경제의 경직성, 비효율적인 자원배분 등 많은 문제점은 정부의 간섭과 규제를 줄이고 민간경제를 활성화하는 길에서 찾아야 한다. 영국과 뉴질랜드는 큰 정부의 위기를 구조개혁으로 극복한 대표적인 국가이다. 대처 총리가 집권하면서 영국은 ‘작은 정부’를 표방하고 국가공무원 수를 20년 동안(1979~1999) 37.6% 감축했다. 뉴질랜드도 13년 동안(1986~1999) 67.4% 줄였다. 그 결과 두 나라는 상당기간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연금 개혁 없이 세금으로 공무원 일자리만 늘리는 정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나라를 망치는 정책이다. 현 정부가 공약대로 대통령 임기 중 공무원 17만4000명 증원을 밀어붙일 경우 30년 후부터 발생하는 막대한 연금을 과연 우리 후손들이 감당해 낼 수 있을까.  공무원의 수와 행정규제의 양(量)은 정비례한다. 정부의 경쟁력은 그 크기에 반비례한다. 자유시장을 압도하는 관치(官治)는 경제의 경직성을 높이게 된다. 이것은 선진국이 겪어온 나라경영의 법칙이다. 비대해진 공무원 조직은 기업에 대한 간섭과 규제를 양산해서 국가의 성장잠재력을 크게 훼손하여 경제활성화는 연목구어(緣木求魚)가 된다. 우리 경제가 다시 성장의 길로 가려면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 활력을 높여야 한다. 규제를 혁파하고 경제자유를 증진시키는 방법만이 번영과 통일로 갈 수 있는 길이다. 또한 민간 일자리 창출에 시너지 효과가 없는 공무원 증원보다는 공무원의 업무조정, 재배치 등 효율성 제고방안 등 행정혁신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가 무리한 공무원 증원을 멈추지 않으면 마침내 잃어버린 일본의 20년처럼 대한민국도 거덜 나고 말 것이다. 큰 정부로 야기되는 ‘정치실패’의 폐해는 정권교체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국가의 쇠망으로 연결된다. 투자왕 짐 로저스 회장이 말한 “모든 이들이 공무원이 되기 위해 준비하는 국가는 결국 쇠퇴할 수밖에 없다”는 충고와 작년 연말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철우 의원(최고위원)이 발언한 “국가가 전쟁으로 망하지 않으면 공무원을 증원해서 망하거나 아기를 낳지 않아서 망하게 된다”는 정문일침(頂門一針)을 현 정부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우종철의 일요논단 | 우종철 자하문연구소장 | 2018-03-30 09:44

경상도란 이름은 고려 충숙왕(1314년) 때에 처음 생겨 조선 태종(1407년) 때에 군사상의 이유로 낙동강을 경계로 경상좌도(慶尙左道)와 경상우도(慶尙右道)로 나뉘었다가 중종(1519년) 때에 다시 경상도로 합쳐졌다. 부산, 대구, 울산, 경남, 경북의 5개 광역시·도를 합쳐 경상도라 하지만, 경상도란 이름이 ‘경주(慶州)와 상주(尙州)에서 연원을 두고 있으니 경북이 경상도의 원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우리 역사상 고구려는 705년(기원전37~668), 백제는 678년(기원전18~660), 고려는 474년(918~1392), 조선은 518년(1392~1910) 동안 존속했지만, 신라는 천년에서 8년이 모자라는 992년(기원전57~935)을 존속한 국가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역사가 긴 국가이다. 신라보다 역사가 긴 국가는 1천58년(395~1453)을 존속한 동로마(비잔틴)제국 뿐이다. 군사력과 경제력에서 삼국 중 최약체였던 한반도 동쪽 끝 작은 나라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후 천년제국으로 성장 발전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화랑정신·호국정신의 바탕 위에 초원길을 통한 교류, 개방성과 포용성, 그리고 인간존중의 홍익인간 사상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신라 제38대 원성왕의 능인 괘릉에는 서역인의 모습을 한 무인석이 능 앞에 정렬해 있다. 서역의 옛 페르시아 땅인 이란의 대서사시 <쿠쉬나메>에는 “페르시아 망명 집단과 신라 간 폴로 경기를 벌였다” “신라 여인들은 마치 삼나무와 같이 늘씬한 몸매에 얼굴은 달과 같았고 밝은 태양보다 더 흠잡을 데가 없으며 마음을 빼앗는 정원보다 더 아름답다”는 내용이 나온다. 게다가 5, 6세기의 신라 고분에서 발견되는 ‘로만글라스(Roman glass, 로마와 속주에서 제작된 유리그릇)’라고 불리는 유리공예품도 당시 서역과 신라의 활발한 교역을 증명해주고 있다. 뿐만 아니다. 세계적인 고고학적 가치를 지닌 신라 금관에는 불멸을 꿈꾸었던 고대인들의 영원한 욕망이 새겨져 있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최초의 실크로드, 8천㎞ 광활한 유라시아 초원길은 북방 유목민족들이 황금을 동서로 나르던 황금길이기도 하다. 초원길은 찬란한 황금문화를 전파해주었고, 이 길의 종착지였던 신라는 이를 발전시켜 세계적인 금관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다.천년왕국 신라와 교역했던 국가들의 문헌에는 화려한 신라의 모습을 이렇게 기록했다. “금은을 비롯해 눈이 부실 것 같은 진귀한 보물이 많은 나라”(일본서기), “부가 많고, 땅이 비옥하며 귀중한 보석이 지천에 많았다”(이슬람 역사지리서 ‘황금초원과 보석광’) 박천수 경북대 고고인류학과 교수는 ‘유리기로 본 동부유라시아 실크로드의 변천’ 논문에서 “기존 신라의 실크로드 연구는 중국 중원의 실크로드를 경유한 사막로를 가정해 왔지만 실제 분석한 결과 중국 중원을 통하지 않고, 북방 초원로인 카자흐스탄과 몽골초원을 지나 만주를 거쳐 경주까지 전해진 것”이라며 “북연∼고구려∼신라로 이어지는 동부 유라시아의 실크로드를 통해 신라가 독자적으로 서역 문화를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신라는 시기별로 초원과 사막, 바다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끊임없이 서양과 교류한 글로벌 제국이었다”고 주장했다. 아라비아 상인들은 이러한 신라의 수도 서라벌을 ‘황금의 도시’라고 불렀으며 시칠리아의 알 이드리시가 1154년 그린 지도에는 ‘신라가 금이 너무 흔해 개의 사슬이나 원숭이의 목테도 황금으로 만든다’고 쓰여 있다.<삼국유사>의 기록에 따르면 수도 서라벌에는 금으로 장식한 금입택(金入宅)이 30여 채에 이르고 사찰의 수만 해도 200여 개소가 넘었으며, 가구 수가 17만 8,936호(1호를 5인으로 잡으면 90만 정도의 인구)로 나온다는 점이다. 이에 비춰볼 때 8세기 때 신라의 서라벌은 동로마제국의 콘스탄티노플이나 당나라의 장안(長安), 이슬람제국의 바그다드와 함께 세계 4대 도시였음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 민족문화의 원형은 ‘3대 경북문화’와 ‘4대 경북정신’으로 고스란히 응축돼 있다. 경주 불교문화, 안동 유교문화, 고령 대가야문화의 ‘3대 경북문화’와 화랑정신, 선비정신, 호국정신, 새마을 정신의 ‘4대 경북정신’이 그것이다. 이것은 모두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으로 연결되고 있다.신라인들은 호국불교의 상징인 불국사, 세계 유일의 인조석굴인 석굴암, 신라의 꿈이 담긴 황룡사 구층탑, 천년 궁성 월성(月城), 동아시아 전통 우주론이 깃들어 있는 첨성대 등 숫한 세계적인 문명을 창조했다.6.13 경북지사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앞 다투어 경북의 문화관광 공약을 내걸고 있다. 그 첫 시작은 서라벌의 영광 재현을 위해 경주 왕경(王京)을 복원하는 일이 돼야 한다. 경주는 대한민국의 원형이 탄생한 곳이며, 현대 한국인 DNA의 일부이며, 위대한 문명으로 가득 찬 세계적인 역사도시이기 때문이다. 

우종철의 일요논단 | 우종철 자하문연구소장 | 2018-03-16 1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