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효과도 덮어버린 ‘AI 거품론’… 뉴욕증시, 롤러코스터 장세 속 급락 마감

엔비디아의 깜짝 실적 발표로 장 초반 환호했던 뉴욕증시가 인공지능(AI) 거품 우려와 고평가 논란에 휩싸이며 결국 급락세로 돌아섰다. 기술주를 중심으로 투매 현상이 나타나며 3대 지수 모두 큰 폭으로 미끄러졌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86.51포인트(0.84%) 하락한 45,752.26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56% 내린 6,538.76을 기록했으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2.16% 급락한 22,078.05로 장을 마감했다. 특히 반도체 업황을 보여주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4.77%나 폭락하며 시장의 충격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오전 11시’의 반전… 2조 달러 증발한 하루

이날 시장은 그야말로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개장 직후 분위기는 뜨거웠다. 엔비디아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투자 심리에 불을 지폈고, 9월 실업률이 4.4%로 소폭 상승했다는 미 노동부의 발표가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나스닥은 한때 2.58%까지 치솟았고,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른 12월 금리 인하 확률도 40% 가까이 상승했다.

하지만 오전 11시를 기점으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S&P 500 지수 기준으로 고점 대비 하루 만에 2조 달러가 넘는 시가총액이 허공으로 사라질 만큼 매도세가 거세졌다. 다우와 나스닥 지수의 장중 고점과 저점 차이가 1,000포인트를 넘나들 정도로 변동성이 극심했다.

다시 고개 든 밸류에이션 공포

시장을 냉각시킨 주범은 다시 불거진 ‘AI 거품론’과 밸류에이션 부담이었다. 리사 쿡 연준 이사는 “주식, 회사채 등 여러 시장의 자산 가치가 역사적 기준보다 높다”며 자산 가격의 급락 가능성을 경고해 투심에 찬물을 끼얹었다.

월가 전문가들의 회의적인 시각도 잇따랐다. 밀러 타박의 매트 말리 수석 전략가는 “현재의 천문학적인 AI 투자가 5년 뒤 과연 실질적인 이익을 낼 수 있을지 시장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며 차익 실현 분위기를 전했다. 도이치방크 측 역시 엔비디아의 성장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주가는 과도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엔비디아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점이 뼈아팠다. 엔비디아의 지난 분기 매출채권이 334억 달러로 전 분기 대비 45%나 급증했다는 소식은 “물건은 잘 팔리는데 현금이 제때 들어오지 않는다”는 불안감을 키웠다. 보케 캐피털 파트너스의 킴벌리 포리스트 CIO는 이를 두고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든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

반도체 섹터 직격탄… 연말 휴장 일정 유의해야

결국 장중 5% 넘게 급등했던 대장주 엔비디아는 3.15% 하락으로 마감했고, 마이크론 테크놀로지(-10.87%), AMD(-7.87%), 인텔(-4.24%) 등 반도체 관련주들은 일제히 추락했다. 업종별로도 필수 소비재를 제외한 기술, 임의소비재, 산업재 등 대부분의 섹터가 약세를 면치 못했다.

한편, 변동성이 커지는 연말 장세를 맞아 향후 휴장 일정에도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다가오는 2025년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 24일(수), 미국 주식시장은 오후 1시(현지시간)에 조기 폐장한다. 채권 시장 역시 오후 2시에 문을 닫으며, 크리스마스 당일인 25일은 휴장 후 26일 금요일에 다시 개장한다.

이어지는 2026년 새해 첫날인 1월 1일은 휴장일로 지정됐다. 다만 올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31일의 경우, 나스닥과 뉴욕증권거래소는 정상 운영되지만 채권 시장은 오후 2시에 조기 마감한다는 점을 참고해 거래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