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를 앞두고 서울 용산 전자상가를 찾은 지아 씨는 노트북 가격표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200만 원대면 무난하게 살 수 있었던 제품들이 이제는 300만 원을 우습게 넘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곧 출시를 앞둔 삼성전자의 ‘갤럭시북6 프로’는 기본 모델이 341만 원, 최고 사양인 ‘울트라’ 모델은 무려 460만 원에 육박한다. LG전자의 ‘그램 프로 AI 2026’ 역시 전작 대비 50만 원이나 뛴 314만 원에 책정됐다. 1년 사이에 노트북은 물론이고 올해 출시될 스마트폰 신모델들까지 줄줄이 가격 인상이 예고된 상황이다. 도대체 시장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천정부지로 솟는 D램 가격과 고환율의 압박
가장 큰 원인은 PC 제조의 핵심 부품인 D램(DRAM) 가격의 폭등이다. D램은 기기 내에서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 데이터를 임시로 저장하는 필수 메모리 반도체다. 지난해 2월까지만 해도 6만 원대 초반이었던 삼성전자의 PC용 D램 가격은 현재 약 42만 원 수준으로 1년 만에 7배나 급등했다. 수요가 늘어난 반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졌기 때문인데, 이 기현상의 배후에는 전 세계를 휩쓰는 AI 열풍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반도체 제조사들은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AI 학습에 필수적인 고대역폭 메모리, 즉 HBM(High Bandwidth Memory) 생산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여러 장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데이터 처리 속도를 극대화한 HBM을 만드는 데 생산 라인이 집중되면서, 자연스레 일반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에 들어갈 D램의 시장 공급량이 급감해버렸다. 여기에 환율 상승까지 겹쳐 악재로 작용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80원까지 치솟으면서 국내 기업들이 인텔 CPU나 엔비디아 그래픽카드 등 주요 미국산 핵심 부품을 수입할 때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부품 원가 상승이 완제품 가격 인상으로 고스란히 이어진 것이다.
초고가 시대의 대안, 가성비로 무장한 ‘HP 옴니북 5’
국내 프리미엄 노트북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다 보니, 소비자들의 눈길은 자연스레 글로벌 시장의 가성비 모델로 쏠리기 시작했다. 지난 3월, 599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등장한 ‘맥북 네오(MacBook Neo)’가 엄청난 화제를 모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출시 당시만 해도 윈도우 진영이 이 정도 가격 경쟁력을 가진 대항마를 내놓지 못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시장의 흐름을 유심히 지켜보는 이들이라면 거의 모든 면에서 맥북 네오를 압도하는 훌륭한 윈도우 대안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바로 ‘HP 옴니북(OmniBook) 5’다. 14인치 모델 기준으로 평소 1,050달러 하던 가격이 종종 500달러까지 곤두박질치기도 하는데, 현재 월마트 등에서 730달러 선에 가장 안정적으로 구매가 가능하다. 할인 폭이 클 때 이 제품이 보여주는 파괴력은 상당하다.
탄탄한 스펙과 압도적인 전력 효율성
가격표만 보고 속단하기엔 이 제품이 품고 있는 기본 스펙이 꽤 묵직하다. 599달러짜리 맥북 네오의 두 배에 달하는 16GB 램(RAM)과 512GB의 저장 공간을 기본 탑재했다. 2026년이라는 현시점에 고작 8GB 램으로 작업 효율의 한계점을 시험해야 하는 맥북 네오의 아쉬움을 생각하면, 옴니북 5의 16GB 메모리가 주는 심리적, 물리적 여유는 각별하다. 수많은 브라우저 탭과 무거운 애플리케이션을 동시에 띄워놓고 다운로드를 진행해도 시스템이 버벅댈 걱정이 없다. 좀 더 넓은 작업 화면을 선호하는 사용자라면 16인치 버전이라는 매력적인 선택지도 열려 있다.
핵심 두뇌 역할은 퀄컴의 ‘스냅드래곤 X’ 칩셋이 맡았다. 이 고효율 프로세서 덕분에 윈도우 노트북은 배터리 수명에서 맥북을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오랜 편견도 가볍게 부서졌다. 맥북 네오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하루 종일 지속되는 배터리 타임을 보여준다. 나아가 멀티코어 성능에서도 스냅드래곤 X가 우위를 점하고 있어, 사용자가 하드웨어의 굴레에서 벗어나 오직 눈앞의 작업에만 몰입할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준다.
가벼운 무게에 담아낸 세련된 디자인
단순히 숫자 스펙으로만 승부하는 기기는 아니다. 애플이 저사양 부품을 넣고도 특유의 감성으로 소비자를 사로잡듯, 옴니북 5의 디자인 역시 그에 못지않게 시선을 끈다. 두께는 0.5인치로 맥북 네오와 완벽하게 동일하며 무게도 거의 비슷해 극강의 휴대성을 자랑한다. 물론 톡톡 튀는 과감한 컬러 라인업을 원한다면 맥북 네오가 조금 더 개성 넘쳐 보일 수는 있다.
그럼에도 알루미늄 소재로 단단하게 마감된 옴니북 5는 만졌을 때 결코 저렴한 티가 나지 않는다. 기기의 힌지 밸런스가 정교하게 잡혀 있어 한 손가락만으로도 덮개를 부드럽게 열어젖힐 수 있다. 맥북 네오가 훌륭한 보급형 기기임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무조건적인 ‘예산 끝판왕’이라는 타이틀은 이제 이 숨겨진 윈도우 강자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