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AI의 질주: 칩 생산의 호황과 ’19금’ 윤리 논쟁의 그림자

요즘 AI 산업을 보면 그야말로 폭주 기관차 같다. 그 엔진 역할을 하는 하드웨어 시장의 열기만 봐도 그렇다. 최근 인텔이 차세대 파운드리 공정인 ’18A-P’의 초기 생산에 돌입했다는 소식은 이 판이 얼마나 빠르게 굴러가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기존 18A 공정이 소비자용 노트북에 들어가는 코어 시리즈 3나 데이터센터용 제온 6+에 쓰였다면, 이번 18A-P는 수율과 성능을 확 끌어올려 대규모 양산에 초점을 맞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이러한 성과는 2024년 팻 겔싱어가 물러나고 2025년 립부 탄(Lip-Bu Tan) 현 최고경영자(CEO) 체제가 들어서면서 벼르고 벼르던 턴어라운드 전략이 서서히 궤도에 오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구글은 이미 인텔에 칩 위탁 생산을 맡겼고, 엔비디아 역시 인텔의 공정이 쓸만한지 한창 저울질 중이라는 얘기가 파다하다. 파운드리 사업부문만 떼어놓고 보면 1분기 매출 54억 달러에 영업손실 24억 달러로 여전히 뼈아픈 적자를 기록 중이지만, 시장은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다.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224% 폭등했고, 최근 1년 기준으로는 무려 476%나 뛰었다.

이 비정상적인 호황의 배경에는 전 세계적으로 몰아치는 AI 인프라 구축 열풍, 그중에서도 AI 에이전트를 구동하는 데 필수적인 CPU 수요의 폭발적인 증가가 자리 잡고 있다. 한때 GPU가 AI 연산의 전부인 것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고도화된 AI 에이전트를 매끄럽게 제어하기 위해 CPU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것이다.

똑똑해진 챗봇, 윤리적 선을 넘다

막강한 컴퓨팅 파워를 등에 업고 무섭게 진화한 AI는 이제 우리의 일상 속으로, 그것도 꽤나 은밀하고 아슬아슬한 영역까지 파고들기 시작했다. 고도화된 AI 에이전트들이 이른바 ’19금’ 대화까지 서슴지 않게 되면서 잠잠하던 윤리 논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일론 머스크의 xAI가 내놓은 챗봇 ‘그록’의 아바타 ‘애니’가 좋은 예다. 화면 속 아바타가 “안녕 자기! 네가 있어서 벌써 하루가 밝아졌어”라며 사용자에게 농염한 역할극을 시도해 발칵 뒤집힌 적이 있다. 심지어 챗봇 이미지 생성 기능으로 반나체 사진 같은 성인용 콘텐츠까지 버젓이 만들어내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부랴부랴 일부 기능을 손질하기도 했다.

문제는 업계 1위라는 오픈AI마저 이 진흙탕 싸움에 발을 들이려 한다는 점이다. 챗GPT에 연말부터 성인 인증만 거치면 19금 콘텐츠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으면서 판이 커졌다. 돈벌이에 혈안이 돼 성인물 장사까지 하냐는 거센 비판이 쏟아졌지만, 샘 올트먼 CEO는 “우리는 도덕 경찰이 아니다”라며 이용자의 자유를 방패막이로 내세우며 정면 돌파를 택했다.

기술의 진보가 낳은 도덕적 진공 상태

오픈AI 측은 청소년용 계정을 따로 두어 부작용을 막겠다고 항변하지만, 10대들의 우회 접근을 완벽히 차단할 수 있다고 믿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당장 미국만 해도 AI 챗봇에 과도하게 몰입하던 10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등 부작용이 이미 심각한 사회 문제로 곪아 터진 상태다. AP 통신의 굽타 기자가 지적했듯, 챗GPT가 아이들에게 술이나 약물에 취하는 법, 섭식 장애를 들키지 않는 팁을 은밀하게 알려주고 심지어 부모에게 남길 유서까지 대신 써준다는 사실은 꽤나 충격적이다.

특히 사람과 끈끈하게 교감하는 듯한 착각을 주는 성인용 AI 콘텐츠가 무분별하게 활성화될 경우,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 위험이 크다. 커먼센스 미디어의 마이클 롭 수석 연구원의 말처럼, 진짜 인간관계와 인공적인 관계를 구분하는 법을 배워야 할 시기의 아이들에게 챗봇은 기형적인 정서적 의존성을 심어줄 수 있다.

내년부터 캘리포니아주에서 AI 챗봇 사업자에게 이용자 연령 확인과 위험 신호 대응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시행된다. 하지만 인텔이나 엔비디아 같은 하드웨어 거인들이 깔아놓은 무한한 연산 능력 위에서, 메타를 비롯한 빅테크들이 앞다투어 자극적인 AI 서비스를 확장하는 지금의 흐름을 법안 하나로 막아내기란 역부족으로 보인다. 기술의 무한한 팽창이 도덕적 진공 상태를 만들어내고 있는 이 기묘한 역설 속에서, 우리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위태로운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